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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리스리 Oct 18. 2023

육아에 무적권이라는 할세권을 아십니까

평소 즐겨보는 블라인드 '육아'코너 글을 보다가 처음 접하는 단어를 보았다.


할세권


"육아의 진리는 할세권이다"라고 주장하는 글은 "애 낳는 순간부터 학군지, 역세권, 향후가치, GTX 등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다 소용 없고 할세권이 최고다!"라며 "양가중에 한집이라도 가까우면 육아난이도가 하락하니 할세권에 등기쳐야 한다"고 말했다.



거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애 둘 이상이면 할세권이 무적권이다. 시가 친정 가릴 것도 없다"며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신혼집을 시가와 부모님댁 그 어느쪽에 특별히 가까운 곳으로 하진 않았지만, 살면서 부모님을 이쪽 동네로 이사오시라고 할까 생각했던 적은 있다.


아이를 낳고 어린이집에 보내보니 동네의 꽤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녀의 근처에 사시면서 손녀, 손자들을 봐 주시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녀의 바로 옆동 아파트에 사시거나 바로 근처 5분 거리인 타 단지 아파트에 사시는 식이다.


결혼한 자녀들이 부모님과 같은 집에서 살진 않지만 같은 동네나 같은 아파트 단지 등 부모님 주위에서 가정을 이루며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걸 '수정확대가족'이라고 하는데, 양육하는 사람들에게는 수정확대가족이 바로 할세권이었던 것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 할세권에 등기칠 생각을 못한 자녀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자녀가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분들의 일상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손자들을 데려온 후 놀이터 등에서 엄마아빠가 퇴근할 때까지 놀아주다가 저녁밥을 차려주고 자녀들이 집에 오면 그때 본인의 집으로 돌아가신다.


아이가 아플 때나 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언제든 출동할 준비가 되어있는 할세권의 할머니, 할아버지들. 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가장 이른 하원시간이라 할 수 있는 오후 3시 30분이면 수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간식을 다 먹은 손자손녀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을 나서신다.


할세권이 아니고선 엄마도 아빠도 맘 놓고 육아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정부는 언제까지 개개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육아를 손놓고 바라볼 것인지, 과연 내년에 발표될 합계출산율은 올해 수치 0.7명을 깨고 역대 최저점을 얼만큼 갱신할 것인지 앞으로의 나의 육아에 대해 걱정만 쌓여간다.


22개월이 된 딸은 부쩍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정이 생겼는지 매일매일 시도때도 없이 얼굴에 손바닥을 가져다대며 "하삐, 하삐"하며 할아버지에게 영상통화를 걸어달라고 보챈다.


양가 부모님댁에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어서 그런지 집에서보다 더 신나보이고 활기차지는 딸.


아, 역시 부모님께 우리 아파트로 등기치시라고 적극적으로 설득했어야 했나.


얼마 남지 않은 육아휴직 기간,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져만 간다.


할머니가 포대기로 업어주시는 걸 좋아하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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