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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리스리 Nov 05. 2023

우리집에는 22개월 상전님이 산다.

우리집에는 상전이 산다. 22개월 상전이다.


요즘 이 상전님의 히스테릭이 날로 갈수록 심해진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곱게 일어나시는 법이 없다. "노래!! 노래!! 악어 노래!!"라고 울부짖으며 일어나는데, 상전님 옆에서 곤히 자고 있던 나는 대체 아이가 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정글숲' 노래를 틀라며 울부짖는지 도통 모를 일이다.


자기 전에도 '정글숲' 노래가 없이는 안 되는지 "악어~~ 악어~~"라고 하며 온갖 짜증을 부리는데 이 히스테릭을 매일매일 겪다보면 내가 아이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취침을 위해 전등을 끄면 "불 켜~~ 불 켜~~!!!"라며 또 짜증을 한껏 내시는데 진짜 정신이 너덜너덜해진다.


22개월 상전님의 하루는 아침에 조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손바닥을 볼 옆에 찰싹 갖다대며 "할부지, 할부지~~~"라며 내가 카카오톡 영상통화를 걸 때까지 끊임없이 독촉한다.


상전님이 할부지와 원활한 영상통화를 할 수 있도록 내 손은 그녀의 핸드폰 거치대가 되기 때문에 나는 통화를 하는 내내 그 자리에서 옴짝달짝 할 수 없다.


그렇게 한껏 영상통화를 하고 있으면 어느덧 어린이집에 가야할 시간이 임박한다.  상전님에게 "이제 우리 어린이집 가야해. 할아버지랑 전화 끊자"라고 하면 그때부터 성이 나서 나에게 손을 휘휘 휘젓는다. 요새 내 얼굴을 공격하는 건 다반사고 할퀴기, 핸드폰 던지기도 불사한다.


얼마 전에는 놀이터에서 성이 난다고 고사리같은 손으로 두 손 가득 모래를 움켜쥔 다음 나에게 모래를 집어던지던 상전님이다.


아, 직장 내 폭력도 이것보다는 덜할 것 같은데.


상전님에게 한컷 시달리고 난 다음에는 남편과 이런 대화를 주고 받는다.


"당근에다가 올릴까?"

"중고나라는 어때?"

"당근, 중고나라, 번개장터 다 올리자"

"근데 그냥 올리면 안 되잖아. 하자 있는 부분 밝히고 올려야지"


이런 실없는 농담을 하며 아이의 겉잡을 수 없는 기분을 오늘은 어떻게 받아줘야 하나, 나는 왜 아이한테 벌써부터 질려버렸나 생각한다.


 두 돌 전 아기, 이렇게 힘든 거였나.


저는 벌써부터 아이에게 질려버렸습니다.


미운 22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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