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 하는 일'
"글쓰기는 부지런한 사랑이다"
처음 글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고민에 솔직하고 직관적으로 답을 해주면서
정작 내 문제는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한다. (혹은 안 한다..) 그 과정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많은 일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살고 있지만
게으른 성격 탓일까, 혹은 나의 무관심함 때문일까
항상 그 순간뿐, 뒤돌아서 깊이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게 늘 아쉬웠다.
다른 누구보다 친해질 나 자신이라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기록으로 남겨야 남겠다 싶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사실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글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였는데
우연히 '일간 이슬아' 발행인 이슬아작가님이 세바시에서 한 강연을 보고
최근 나에게 일어난 일을 꼭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해외여행 중에 큰 쇼핑몰에 갔는데
그 쇼핑몰 안에 있는 마트에서 구경하던 중 가족들이 없어졌다.
워낙에 쿨하고 본인을 알아서 잘 구경하고 다닐 사람들이라
어디서 구경하고 있나 보다 하고 무신경하게 쇼핑을 계속하고 있었다.
한 30분쯤 지났을 까,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누나 엄마 어딨어?"
"엥? 왜 나한테 물어? 너 엄마랑 같이 있는 거 아니야?"
"아닌데? 누나랑 있는 거 아니었어? 난 밖에 산책 중이었는데?"
"빨리 마트 쪽으로 와봐"
그렇게 전화를 끊고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했다.
' 이 마트에서 구경하는 동안 나는 엄마를 못 봤는데 어딨 지?'하고
급하게 찾아보기 시작했다.
또래 친구들 부모님에 비해서 젊은 편이고 항상 똑 부러지는 엄마라서 설마 길을 잃었겠어 싶었는데
엄마 휴대폰 유심에 문제가 있어 휴대폰도 안되고 영어도 못하는 게 마음이 걸렸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10분,
동생은 엄마와 함께 마트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렇게 가족들을 보자마자 나는 바로 안심이 돼서 환하게 웃으면서
"어디 갔었어! ㅋㅋㅋㅋㅋㅋ 한참 찾았잖아! 엄마 어디 갔었어?!" 물었더니
"한참 찾아도 없어서 딸램 잃어버린 줄 알고 길 엇갈리면 안 되겠다 싶어서 마트 앞에 나가서 기다렸지.
동생도 없고 니도 없고 한참 찾아도 없던데 어디 있었어?"
"나 계속 안에 있었는데, 구석에서 위스키 구경하느라 못 봤나 보다. 한 30분 기다렸겠네?ㅋㅋㅋㅋ"
"그래 한참 기다렸다~ 사람들 왔다 갔다 하는 데 말도 못 하고 연락도 못하고...."
"아 ㅋㅋㅋㅋㅋㅋ뭐야 ㅋㅋㅋㅋㅋㅋ엄마 좀 놀랬겠네"
하고 웃으면서 엄마를 보는데
엄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게 아닌가
누구보다 똑 부러지고 시크한 우리 엄마 눈에서 눈물이라니
나도 엄마가 없어져서 순간적으로 놀라긴 했지만,
엄마가 우는 게 더 충격이었다.
"엄마 우나?! 왜 우는데?! 아 왜 ㅋㅋㅋㅋ우리 진짜 없어진 줄 알았나 ㅋㅋ큐ㅠㅠ"
"아니, 갑자기 여기가 너무 낯설고 휴대폰도 안되고 너네랑 엇갈릴까 봐 앞에서 기다리는데
진짜 잃어버린 걸까 봐 놀랐잖아"
"아 왜 울어 ㅋㅋ울지 마 찾았잖아 미안미안 난 엄마가 어디서 구경하고 있는 줄 알았지"
엄마 앞에서는 태연하게 웃으면서 말했지만 나도 왈칵 눈물이 나올 것 만 같았다.
뭔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한 기분이었다.
엄마가 울어?... 내 엄마가 운다고?....
나를 잃어버릴까 봐 울어?....
정말 웃기면서 당황스럽고 미안하고 슬픈 상황이었다.
엄마도 똑같이 웃기면서 민망하고 서러웠는지
웃으면서 계속 울었다.
나도 동생도 웃으며 엄마를 놀렸지만 눈시울이 빨개졌다.
내가 제대로 챙겼어야 하는데 하는 미안함과
엄마가 놀라서 울었다는 당혹감과
이제 내가 엄마를 챙겨야 되는구나 싶은 마음과
뭐라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이었다.
여행은 끝났지만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평생을 엄마 손을 붙잡고 다니던 나도,
엄마가 화장실만 가도 울고불고했던 동생도,
그리고 항상 우리를 이끌어줄 것 같은 내 엄마도
달라진 상황에 많이 놀라고 각자 생각이 많았으리라
이제 내가 엄마를 챙겨서 데리고 다녀야 하는구나
항상 다 알아서 해주던 엄마였는데
새로운 세상을 내가 알려주고 보여줘야 되는구나
엄마도 나이를 먹는구나,
여행을 다녀온 지 이주가 지난 지금도 사실
이 감정이 어떤 건지 표현하기가 어렵다. (내 글실력이 부족해서 일 수도 있고)
글쓰기를 하면 인생을 두 번 사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내가 겪으면서 한 번, 기억에 남는 일을 다시 쓰면서 한 번.
그렇지만 이 감정이 생생히 남아있을 때
꼭 잊지 않고 이 귀중한 에피소드와 감정을 꼭 글로 남기고 싶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했던 순간과 예기치 못하게 닥친 상황,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느낀 감정을 기록으로 남겨서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 하는 일’
ps.
부득이하게 여행에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이 모든 여행 경비를 내준 아빠가 엄마에게 이 얘기를 듣고 극대노...
엄마 재밌게 데리고 다니라고 여행 보내줬더니 엄마가 울기까지 했다는 얘기를 듣고
아빠도 나름 충격받았나 보다. 그러면 다음에는 꼭 함께 가족여행 가는 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