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 기본 of 기본
책[초격차]에 따르면, 올해 매출 목표, 어제 생산량 등의 저장된 기억을 물어보는 것은 리더의 낮은 수준의 질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일을 하다 보면 우리의 리더는 생각지도 못하게 마주쳐 업무 담당자에게 현재 맡고 있는 업무의 진행 상황에 대해 (현재 생산량, 작년 대비 동월 성장률 등) 가볍게 물어볼 때가 많다.
신입일 때부터 팀장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다.
‘본인이 업무의 담당자라면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1분 안에도 내가 하는 일의 진행 상황에 대해 보고 할 수 있어야 해’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렇구나 ~ 하고 그냥 흘려들었는데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팀장님이 하신 말씀이 딱 들어맞는 경우가 많더라
내가 진행하던 프로젝트 중 하나가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갔다.
나는 어떻게든 프로젝트 진행하기 위해 이슈 파악도 착실히 하고, WBS도 열심히 만들고, 담당자들 모아서 미팅도 하고, 보고서도 다 작성했는데 본부장님이 보고 일정을 계속 미루시는 게 아닌가!
지지부진 다른 업무에 집중해서 하는 와중에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외근 가시는 본부장님을 만났다.
“루루 님, 오랜만이네. 내가 요새 정신이 없어서 00건을 못 챙겼네, 그거 어떻게 되고 있어?”
아…. 망했다…
난 그냥 일하기 싫어서 커피 한 잔 마시러 나가는 길인데… 아무 생각이 없는데…
“아…. 네! 본부장님 최근에 담당자들과 미팅했습니다.”
“지금 접수 건이 어느 정도 되지?”
생각이 안 난다. 하
“파악 중이긴 한데… 곧 일정 잡아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음.. 조만간 일정 잡아서 보고하세요”
“앗…. 네 알겠습니다! “
거기서 대화 끝이었다.
고작 10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 적막이 감돈다.
왜 이 타이밍에 자꾸 눈치 없이 엘리베이터는 중간에 멈추는 건지 괜스레 원망스럽다.
1분 남짓한 시간 속에 내가 한 말들은 10초가 채 되지 않았고 나머지 시간은 내 무능력과 게으름을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아 그걸 왜 파악을 못 하고 있었지?’
‘뭐라도 대답해야지 루루야, 그것도 모르고 있으면 네가 담당자가 맞니’
‘어휴 바빠서 보고 받을 시간도 없으시면서 왜 하필 오늘 …’
내 부족함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숫자 외우기 달인이 가장 유능한 인재는 아니지만, 자기가 맡은 업무의 기본적인 성장률, 진행률 혹은 생산량, 감소량 등도 얘기하지 못한다는 건 무능함을 들어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1분 동안 진행 상황에 대해 제대로 얘기도 못 하면서 굳이 30분~1시간 보고 일정을 잡아 바쁜 임원의 시간을 뺐을 자격이 되는가..
상위 관리자가 묻는 숫자와 관련된 질문은 정확한 수치를 알고 싶다는 게 아니었을 거다. (심지어 숫자는 대충 말해도 상위 관리자는 정확한 수치를 잘 모르시겠지) 현재 잘 진행되고 있는지, 목표 대비 대략 어느 정도 수준에 와있는지, 혹은 잘 안되고 있다면 어떤 게 필요한 건지가 궁금하셨을 거다.
내가 잘 대답했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바로 피드백을 받아 후속 업무를 진행하고 프로젝트 진행 속도가 빨라졌겠지? 진행이 안 된다고 투덜댈 게 아니라 내가 제대로 파악도 못 하는 담당자였던 거다.
그 후로 업무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혹은 작년보다는 성장률이 더디지만, 다른 곳에 더 투자하고 있다든지,
아니면 하다못해 성장률이 떨어졌지만, 어떠한 이유가 있어 해결 중이라든지..
기본적인 업무의 진행 상황을 늘 파악하고 머릿속에 넣어 두는 게 습관이 되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팀장님 말씀을 잘 새겨들어야 했는데
꼭 뒤늦게 내가 겪어봐야 알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