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여전히 회사생활 어렵다.
내가 해야 할 받은 업무는 각 팀원의 주간 업무를 모아서 작성하는 어렵지 않은 업무였는데 문제는 팀장님과 본부장님의 사이가 좋지 않아 팀장님이 굉장히 신경을 쓰고 계신다는 거다.
“루루 님, 지금까지 했던 주간 업무보고 자료 다 읽어보고 이주임한테 받아서 초안 작성해서 가져와 봐”
“네 알겠습니다!”
대답은 당차게 했지만 내 마음과, 내 눈동자는 동공 지진 상태였다.
아 어쩌지? 이제 전산 시스템 조금 익숙해졌는데 … 아직 메일 쓸 때마다 너무 떨리는데.. 매주 임원보고 자료를 만들라니?????! 이거 내가 해도 되는 거 맞나?
주임님에게 설명을 듣고 이때까지 팀에서 작성한 주간 업무보고 자료와 기록을 꼼꼼히 보고 비슷한 느낌으로 작성해 보는데(지금 생각하면 정말 단순한) 고작 두 장 짜리 워드 문서를 작성하면서 이게 맞냐는 생각을 100번도 더 했다.
그렇게 마음 졸여서 작성한 첫 작품(보고서)을 떨리는 마음으로 팀장님에게 드렸다.
팀장님이 검토하는 시간 동안 어찌나 긴장되던지 눈은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서도 온 신경은 팀장님 자리에 가 있었다. 그렇게 10분쯤 지났을까..
“루루 님, 노트북 갖고 회의실 들어와 봐 “
“아 넵!”
회의실에 들어가니 팀장님의 피드백이 이어졌다
“여기서 이 표현을 이렇게 바꿔봐 “ ”저 내용은 한 뎁스 더 들어가서 세부 내용까지 적어야지” 등등
고작 주간 업무라고 생각했는데 팀장님이 굉장히 신경 쓰시는 게 느껴졌다.
2장짜리 주간 업무를 워딩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수정을 거듭해서 겨우 완성했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편한 마음으로 월요일 아침에 출근했는데 팀장님이 잔뜩 예민해 지져서 또 수정시키시네? 한 주의 시작부터 이게 무슨 날벼락같은 정신없음인가..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워 몇 번의 수정을 거듭한 문서였지만 정작 우리 팀 보고는 20분 남짓이었다.
허탈했다.
그래도 뭐 잘 끝났으면 되었지! 싶었는데 본부장님은 내가 쓴 문서가 별로 맘에 안 드셨나 보다.
그때부터였을까 회사 생활의 어려움이,
팀장님은 본부장님 보고에 극도로 예민해지시고
나는 매주 주간 업무 보고서에 매달리게 되었다. (지금도 모르겠다. 이게 뭐가 그리 중요한 문서입니까 ㅠㅠ)
매주 금요일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주말 내내 불안한 마음으로 있다가 월요일에 다시 수정해서 보고하면, 늘 안 좋은 피드백이 따라왔다.
가끔은 임원 보고에 내가 함께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여기에 이 워딩이 맞냐, 저번 주에는 어떤 업무를 했냐, 앞으로 방향성은 어떻게 되냐’
…하
처음에는 내가 문서를 못 써서 그런가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분명 본부장님은 나한테 시키셨는데 계속 안 좋은 피드백이 따라오니 자연스럽게 신입이었던 내 자존감도 함께 낮아지는 것 같았다. 잘해야 하는데, 잘하고 싶은데 맘처럼 되지 않았다.
금요일 팀장님 보고가 무서웠고, 주말 내내 불안했으며 월요일에는 회사에 가기 싫었다.
약 6개월의 시간이 지났을까 불편한 회사 생활을 반복하던 중, 문득 깨달았다.
(이제는 기획서도 써보고 보고서도 곧 잘 쓰고 나름대로 칭찬도 받고 다른 업무는 잘 해내고 있는데 가장 쉬운 주간 업무보고서에만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건 나 때문이 아니구나!)
내가 여기서 훨씬 더 잘 쓴다고 하더라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안 들을 수는 없겠구나. 이건 더 이상 내 역량 밖이구나, 본부장님과 팀장님의 관계에서 내가 희생양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더 이상 스트레스받지 말자.
그러든지 말든지 내가 배워야 하는 부분에만 신경을 쓰자
이렇게 생각하니 맘이 한결 편해졌다.
그다음부터는 금요일의 팀장님의 피드백도 반쯤 흘려들었다.
많이 고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쓰고 어떤 부정적인 피드백이 오든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제일 스트레스받았던 건 팀장님이셨겠지….)
본부장님과 팀장님의 미묘한 신경전 사이에 최대한 끼이지 말아야지…
사람들과 좋은 관계로 지내고 일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회사생활은 쉽지 않다. 나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 맘처럼 되는 게 없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게 이런 건가
25살, 회사생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