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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J Mar 07. 2024

죽고싶단 생각이 안 들어요

[우울증 환자 생존기] 어떻게 살까요?

사직을 고민하면서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살아내야하는 현실을 직면하면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하느라 하루가 바쁘다. 컨디션 일기를 쓰다보니 불과 몇달 전만해도 죽고싶다 생각하고 자해했을 정도의 스트레스 상황이다. 혼란스럽고 괴로운 상황인데 죽고싶단 생각을 안 하는 나를 발견했다.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자문하는 나를 발견했다. 낯설다.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죽고싶다고 생각하며 살아온걸까. 그동안 나는 살아있었던 걸까.


오늘밤엔 묵주기도를 하면서 꺼이꺼이 울었다. 사랑받고 살아있었단 걸, 많은 존재들이 나를 사랑해주고 있었단 걸 알게되었다. '죽지마라. 살아라.' 응원 속에 살고 있었단 걸 알게 되었다.


남편이 오늘 나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멘탈을 키워야겠다. 조급해하지 말아라.' 했다. 지금 내가 결정하려는 것들이 일의 순서에 맞는지 확인해가면서 여유를 가지라는 뜻이다. 지금 내게 여유를 주는 말은 '뜻대로 하소서'다. 그렇게 되뇌이고 나면 한 템포 물러서게 된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까지 한 사람이, 한 존재가 위축될 수 있나 싶다. 자신감 넘치고 호전적이기까지 했던 내가 이렇게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벌판에 홀로, 과거도 미래도 없이 순간의 점으로 벌거벗고 서있나 싶다. 이 회사에서의 12년은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공짜는 아니었다. 나 자신을 잃었다. 이 회사가 처음이었을까? 아니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 가장 오래 버텼고 가장 많이 잃었다.


어떻게든 살아질거다. 죽고싶은 가운데 생존자가 되었듯이. 돈도 명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삶 자체로서 살아있는 것이 중요하다. 내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내 삶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면서 살고싶다. 여기까지 오는데 수년이 걸렸다.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이전과는 다른 나다.


이 날까지 살아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살아있고 나는 오늘도 감사의 기도를 했다. 죽고싶은 생각은 들지 않지만, 살고싶다는 욕망도 못 느끼는 상태. 하지만, 살고싶다는 욕심 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그저 살아있는 그 순간 자체에만 존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늘도 하루가 갔다. 오늘 하루가 무사히 간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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