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불순물도 없이 밝았다고 말할 수 있는 한 순간을 택한다면, 갓 돌이 된 아이와 나란히 누워 맞았던 오래전 여름의 새벽일 거라고 그녀는 그때 생각했다. - 한강 <작별>
앓으면서 새해를 맞이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극적으로 독감에 걸렸다. 아이들이 차례로 아팠고 마지막에야 내가 옮았다. 엄마에겐 초능력이 존재하는 것 같다. 집안에 병이 돌아도 가족들 모두 간병하고 난 후에야 마지막에 아프다. 아프지 마라, 아이들 쓰다듬는 보드라운 손바닥과 아프면 안 된다, 제 눈두덩이를 완강히 누르는 손바닥이 짝 맞부딪치며 힘을 모은다. 엄마, 기운 내야지! 기합을 불어넣으며.
크리스마스부터 주욱, 열흘 하고도 이틀 동안 아이들과 집에서 지냈다. 삼시 세끼 지어 먹이며 함께할 수 있는 모든 놀이를 동원해 봤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시간을 콜록거리며 뒹굴거리며 마음대로 보냈다.
새삼 아이들 어릴 적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아이들은 툭하면 아팠다. 세상에 아픈 걸 일일이 아파보며 자라는 게 아이의 일이었다. 아프다가 뛰어다니다가, 다시 아프고. 그러다 보면 어느 아침엔가 훌쩍 아이들이 자라 있었다.
호되게 독감을 앓았다. 유독 둘째가 열이 안 떨어져서 밤새 토하고 아기처럼 울었다. 울면 열나. 울지 마. 눈물을 닦아주고 찬 수건으로 구석구석 몸도 닦아주었다. 선잠을 자며 해열제를 먹이고 곁에 웅크려 잠이 들었다. 아침 빛에 눈을 떴을 때, 얼굴이 말개진 아이가 내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신기하다는 듯이 가만히.
“나 엄마보다 손가락 한 마디만 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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