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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터드리븐리포트 Oct 18. 2024

'신의 직장'을 졸업하다

대퇴사시대, 7만 명이 넘는 독자가 퇴사에 반응한 이유 심층분석

 아래 글은 제가 퇴사하며 링크드인에 '신의 직장을 졸업하다'의 제목으로 올린 글입니다. 이 글은 놀랍게도, 이 글을 쓰는 현재 시점에 7만명의 링크드인 독자들이 읽어주셨고, 1,000명이 넘는 분이 리액션을 표현해 주셨네요.('24.10.29 기준) 태어나서 이런 관심은 처음이라 평소 같으면 가슴이 설레고, 두근두근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았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제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행동'을 옮겨야 할 때라 의연한 느낌입니다. 너는 나가서 잘할 거야, 괜찮을 거야 라는 근거 없는 칭찬을 듣는 것에 일희희비하는 것보다 퇴사한 현재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신의 직장을 졸업하다 [링크드인]

[전문]

제 첫 직장이자, 커리어의 시작점이었던 한국전력공사에서의 10년을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대부분 정년까지 다니는 것을 선호해 '신의 직장', '철밥통'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회사. 실제로 취준생들의 워너비 회사 중의 하나. 그만큼 퇴사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기에 10년간 고민의 흔적들을 기록으로 남겨보려 합니다. 


경남 창녕이라는 (지도에서만 봤던) 첫 근무지에 발령받고 전기요금을 걷는 수금 업무를 맡았을 때, 치킨집 사장님, 농사를 짓는 분들, 독거노인 등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면서 회사 소속으로서의 ‘책임’과 개인으로의 ‘관용’ 사이에서 괴로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마냥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일이 좋아 지원했던 인사부서에 처음 발령 나던 기억도 납니다. 저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서 쾌활하고 밝을 거라 순수하게 기대했지만, 현실은 사람을 관리하는 부서의 특성상 민감한 정보들의 통제를 위해 말을 아끼고, 작은 행동들도 조심하는 모습들이 처음 HR 부서에 들어온 저에게는 생소한 분위기였습니다. 좋은 의도로 설계된 HR 정책, 교육들이 소수의 악용하는 직원들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되고, 사라지는 것들을 보며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데이터과학자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데이터과학자들을 만나고 온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컴퓨터 과학과 통계 그리고 자신의 분야의 융합을 통해 데이터과학자가 된 사람들을 보면서 HR 분야의 데이터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습니다. 수억 원을 들여 벤치마킹하고 나서도 조직문화나 조직의 특성에 적합(fit) 하지 않다고 사라지는 정책들보다 우리 회사에 적합(fit)한 HR 정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우리 회사 고유의 HR 데이터를 분석해서 나오는 결과물을 활용하는 것이 앞으로의 HR Analytics 방향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미국에서 데이터사이언스 석사과정을 공부할 기회를 얻었고, 그렇게 제가 꿈꾸던 여러 가지 HR Analytics 프로젝트를 한전 리더십 분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이뤄낼 수 있었고, 감사하게 대리에서 차장으로 특별승진하면서 속도를 더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콘퍼런스 발표와 여러 특허들, 정부에서 수상도 받으면서 자랑스러웠던 순간들도 기억납니다. 혼자였다면 절대 이룰 수 없었겠지만, 기업의 인프라와 네트워크의 힘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이제 저의 고민은 자연스럽게 “조직 내 AI가 도입된다면, 인간의 일은 어떻게 변하겠는가, 조직에서 HR의 역할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한 것으로 옮겨왔습니다. 

이제 '신의 직장'을 졸업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합니다. 세 아이의 아빠로서 막막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제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치관은 '안정', '좋은 조건' 보다는 '도전', '학습', '주체성'이 될 것 같습니다.

커리어를 한 단계씩 밟아오면서 고민의 내용은 바뀌어 왔지만, "Data 기반의 의사결정과 효율성을 추구하되, 사람 중심의 HR이 무엇일까, 그것을 넘은 사람 중심의 경영이 무엇일까"에 대한 큰 방향성은 그대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데이터 드리븐 리포트’라는 책도 자연스럽게 출간하게 됐습니다. 이런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어느 분야의 누구와도 이야기를 열어두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방향의 커리어를 추구하며, 관련한 연구들과 고민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리뷰 분석

글에 반응해 주신 분들의 60% 이상이 HR담당자라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네가 HR analytics 하니까 너와 연결된 사람이 다 hr 담당자라서 그런 반응이 온 것 아니야?'라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위 60%에 해당하는 분들은 대부분 저와 일면식도 없고, 이번 글 '신의 직장을 졸업하다' 포스팅을 통해 새롭게 연결된 분들입니다. 이 사실과 연결해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신의 직장을 졸업하다' 리뷰 분석

"왜 HR 담당자들이 퇴사에 관심이 많을까?" 


제 가설은 2가지였는데, 

1. HR 담당자의 업무니까 : 채용과 함께 퇴사가 HR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 아니겠어?

2. HR 담당자도 이직하고 싶어 한다 : 업무 관련성이 있어서 굳이 말을 안 할 뿐, 나도 계속 정보를 모으면서 고민하고 있다고. 


당연히 1번의 이유가 강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다가도, 인간의 본성상 리액션을 클릭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 욕망이 표출되는 것 아닐까로 생각하면 2번이 오히려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언젠가 다가올 수 있는 퇴사의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미래 경험을 시뮬레이션해보고 싶어 하는 그 욕구를 건든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면, 실제 HR 정책과 운영을 담당하는 HRer들은 HR정책에서 은근히 소외된 경우가 많습니다. 유연근무제, 파격적인 휴가 정책, 워케이션, 교육 프로그램 등 기업의 핵심가치가 들어가는 상징성 있는 HR 정책을 만들더라도 정작 그것을 마음 편히 쓸 수 있는 HR 담당자들이 얼마나 될까 궁금합니다. 혜택을 받는 부서라는 선입견도 있고, 정책의 설계자가 수혜자가 명백하게 되는 순간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퇴사에 대한 생각과 고민도 쉽게 나누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막상 퇴사 및 이직에 대한 마음을 가져본 사람들은 'HR의 경력이 쌓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경력의 증가가 곧 나의 가치를 높인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업스킬링 혹은 리스킬링이 필요할까?'라는 본질적인 고민을 하는 분도 계셨을 겁니다.


퇴사 후 첫 번째 프로젝트 'HRer 이직학교'

지금까지의 이런 제 가설이 맞다는 가정하에, HRer분들의 이직, 퇴사에 대한 고민을 '익명'으로 나눌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저의 퇴사 후 첫 번째 프로젝트, 가칭 'HRer 이직학교'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나의 행동에 동기부여를 하면서,  제가 써나가는 스토리 자체가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HRer로서 가치를 높이는 것에 포커스를 둘 계획입니다.


많은 sns와 유튜브에서는 퇴사 전에 무엇을 할지 완벽하게 준비해서 나와야 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정말 특수한 경우 혹은 특별한 의지를 가진 사람을 제외하고는, 실무에 치이고, 퇴근 후 삶에 치여서 퇴사/이직 준비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고민은 아마 충분히 하고 계실 것 같고, 결국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는지가 우리의 다음 스텝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퇴사시대에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점점 더 피부로 가깝게 느껴지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굳이 hr 담당자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눈팅만 하셔도 좋습니다. 제가 어떻게 이겨나가고 있는지 공유드리겠습니다. 적어도 이렇게 하면 실패는 안 할 거다라는 타산지석의 사례라도 얻어가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ㅎㅎ



    


'HRer 이직학교'의 참여링크 (카톡 오픈채팅방): https://open.kakao.com/o/gf4a78Ug 

 *익명으로 참여하셔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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