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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시 Nov 19. 2023

그때 그 친구들의 오늘

같은과 다른일

나에게는 대학시절 동고동락한 친구들이 몇 명 있다. 처음부터 친했던 것은 아니지만 같은 과제를 하면서 가까이 지냈고 처음 친한 친구들보다 마지막을 함께한 친구들이라 지금까지도 서로 연락하고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다 같이 모여서 파티를 한다. 모이면 주제는 항상 우리의 학교 다니던 시절 이야기다.

대학시절, 취업할 시기가 다가올 때 쯤 우리는 어느 병원에 취업해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 했지만 병원에 들어가면 누가 가장 오래 다닐 것 같은지, 누가 제일먼저 그만둘 것 같은지에 대해서 자주 얘기하곤 했다. 가끔씩 병원애서 일하는 선배들이 학교에 와서 제일 오래 다닐 것 같은 친구들이 의외로 금방 그만두는 경우가 많고 병원이랑 안 맞을 것 같은 친구들이 오래 다닌다고 이야기를 하곤 하였다. 그럴 때마다 뭐 크게 다르겠어? 라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한 친구와는 우리 중에 먼저 퇴사하는 사람이 인당 10만원 가까이 하는 뷔페를 사주기로 내기도 하였다. 그만큼 열심히 일하자며 다짐을 했었다. 그때 까지 만해도 난 당연히 내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가 취업을 하고나서 약 일 년 뒤, 모두들 우리의 예상을 빗나갔다. 선배들의 말처럼 오래 다닐 것 같던 친구가 한 달도 못 다니고 사직을 하였고, 한 달도 못 다닐 것 같았던 친구가 예상외로 지금까지도 잘 다니고 있다. 그리고 내기에서 져 뷔페를 사야하는 사람은 내가 되었다. 세상 참 오래살고 볼 일이라고 어느 하나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일찍 퇴사를 한 친구들의 이유를 들어보면 지금까지 야단 보다는 칭찬을 듣고 살아왔는데 직장에서 혼나고 상처를 많이 받아 퇴사를 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일하기 전까지는 나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사람이 많았는데 직장에 들어가는 순간 그 울타리는 없어져 버리고 이제는 내가 나의 울타리가 되어야 하는 것 같다.

그 친구들이 지금은 병원에서 점점 연차가 올라가 후배들이 생긴 친구도 있고, 나처럼 임상을 벗어나 일반 회사에 근무하는 친구도 있고, 퇴사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도 있다. 학교 다닐 때는 우리는 무조건 병원에서 일을 할 것이라고 만 생각했는데 세상은 넓고 여러 가지의 일이 있다.

우리의 모임은 연말마다 있는데 만날 때마다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친구는 공부하다 아니다 싶으면 내가 다니는 회사 들어오고 싶다고 하고, 병원 다니고 있는 친구도 3교대를 벗어나고 싶어 나처럼 회사 다니고 싶다고 한다. 정작 나는 하는 일이 따분하고 상사 스트레스 때문에 가끔씩 병원가고 싶다고 생각도 하고, 더 나이들기 전에 자격증을 많이 따고 싶기도 하다. 끝없는 수다가 이어지다가 항상 마지막으로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지금 이러고 살 줄 누가 알았겠어? 지금쯤이면 어른스러워 질 줄 알았는데” 라고 말한다, 정말 어릴 때는 지금 나이에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어른답고 성숙한 커리어 우먼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나이만 들고 정신연령은 그대로이고 아직도 철들지 못한 나이만 어른이다.

가끔씩은 단 하루만이라도 우리가 매일 만나고 같이 학교 다니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철없어도 아무렇지 않고 아무 걱정없이 웃으면서 보내고 싶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가는 법의 답변으로 “그때보다 더 행복한 미래를 만드세요.” 라는 글을 봤었는데, 그때 딱 느꼈다. 과거에 연연하지 말자고 더 좋은 미래를 만들자고, 가끔씩은 그때가 그립기는 해도 지금도 그때처럼 만날 때마다 재밌게 놀고 선물교환도 하고 시간만 흘렀지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매일 매일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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