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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e Jul 29. 2016

밤 하늘 중에 씁니다




불특정 다수의 밤이 나의 밤과 함께 반짝입니다. 배의 힘으로 웃음이 나더군요. 잠시 떠나 있던 것들이 다시 곁을 찾아준 것 같습니다. 다만 찾아주었다, 며 완결하고 싶은 채 그런 것 같다, 고 의문할 뿐입니다.


그러나 이 밤 그저 모두를 느낍니다. 수신인도 없는 애틋함이 공기중으로 흩어집니다. 그러더니 다시 곁으로 와 나를 포함한 모두를 꽉 안아줍니다.




生, 품지 않아도 아름다운




어제 눈길을 주었던 길가의 풀잎이 살아있음을 알립니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말없이 그것을 바라보다가 스치웁니다. 아, 살아있습니다. 세상은 살아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밤의 생이란, 이를테면 아주 속이 꽉 찬 결핍입니다. 모든 것이 있고, 모든 것이 없습니다. 즉, 이 충만한 마음을 어디로 부쳐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어디론가는 꼭 부치겠다는, 어떠한 확신이 있습니다. 의문과 확신, 그 둘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곳. 그 한복판에 오늘 밤이 있습니다. 그렇게 오늘 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지요. 밤이란 고맙습니다. 나를 찾았고, 떠났던 모든 밤이란.




다만 빛나겠습니다
오늘 밤이 마지막인 것처럼
가장 영롱하게




다만 서있고 빛나며 생을 알리는 것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요. 그러나 오늘 밤의 종착역은 의문이 아닌 확신입니다. 의문에서 품은 가장 하이얀 빛을 가지고, 나는 갑니다. 밤은 무수히 펼쳐질 탓이고, 그렇게 몇 밤만 자고 나면 곧 당신의 말간 얼굴을 만져볼 수가 있겠지요.


두 손을 모아 스스로 떨구어지지 않기를 약속합니다. 모으고 모은 밤의 생들을 당신께 부치겠습니다. 부치지 않은 빛은 언젠가 떨구어지기 마련이니, 다만 오늘 밤도 빛나겠습니다. 아주 순수하지는 못하더라도, 최대한의 백열광으로 말입니다. 그리하여 다만 소망합니다. 밤들이 헛되지 않기를. 살아있음으로 무언가를 이룩하기를. 충만한 생으로 다가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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