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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oo Jul 14. 2024

얘, 나는 우물가에서 애 여섯 똥기저귀를 빨았다

놀랍게도 나의 친할머니가 첫 증손주를 보고 손녀에게 말했다.

 구글이 음성 수집을 넘어 이젠 내 속마음까지 캐치하여 알고리즘을 만드나 보다. 유튜브 쇼츠를 보던 방송인 박슬기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육아하며 힘들어했던 영상을 보게 됐는데, 영상에 공감되어 눈물이 나오려던 것이 댓글을 보고 눈물이 쏙 들어갔다. 

출처 : 유튜브 tv조선 채널

영상의 댓글 중에 이런 댓글이 있더라

"산후조리원에, 산후도우미가 다 도와주면서 이 편한 세상에... 우리 엄마들 때는 애 둘셋은 혼자 키웠는데 고작 애 하나 키우면서..."

맞는 말이다. 우리 엄마들이 우리를 낳아 키울 때는 조리원은 무슨 몸조리도 못하고 애 둘셋 업고 집안일하고 남편 뒷바라지까지 다 하셨지. 정말 대단하다. 그래도 참 속상하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으나 초저출산 시대에 아직도 이렇게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니 안타깝다.


 복잡한 마음이 들어 스스로 하나씩 내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먼저 저 영상을 보며 느낀 감정을 풀어보자면,

...나도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게 아직 많은데.

아기 낳기 전에는 나도 한 때는.

지금도 나만 좀 더 노력하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뭐라도 좀 해볼까 해도 아기 보고 집안일하고 나면 도대체 내 시간이 없네.

너무 욕심인가.

내 욕심 때문에 사랑스러운 아기와 사랑하는 남편을 잘 돌보지 못하는 걸까.

엄마가 너무 욕심부리는 것 같아...


 역시 글로 적으니 좀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아기를 낳고선 그 전의 내 본래 모습을 잃은 것 같은 상실감 하고 싶은 게 많지만 할 수 없어 드는 무력감, 엄마와 아내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하는 것 같은 미안함.


 그럼 이번엔 저 댓글을 보고 마음이 아팠던 이유를 생각해 보자. 댓글처럼 리 엄마들은 우리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우리를 키워냈다. 그녀들에겐 나 같은 자아실현의 의지가 없었을까? 우리 엄마도 본인의 삶을 희생해 우리를 키워냈다. 그래서 내가 어렸을 때부터 우리 엄마는 너는 결혼하지 말고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라고 했다. 내 생각엔 우리 엄마들도 자아실현 의지는 있었을 테지만, 여자는 애나 보라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아들들에게 밀려 대학까지 나오진 못했으니 시작부터 벌어지는 임금 격차까지 집에서 애나 보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 아닐까. 우리 엄마와 나의 차이는 '학력과 사회진출'인 것 같다. 이젠 여자도 대학 나오고 취업하고 쓸 만큼 벌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결혼하고 애를 낳으라니. 이런 무슨 청천벽력 같은 말이냔 말야.

 

저 영상에서 박슬기씨가 우는 이유, 저 영상을 보는 많은 애엄마들이 우는 이유는 단순히 '애 키우기 힘들어서'가 아니다. 그러니 댓글에서 예전보다 애 키우기 쉬워졌다 하신 은 그저 우리가 우는 이유를 모르는 것뿐이지요. 첫 증손주를 보시곤 어서 둘째, 셋째 낳을 생각해야지 피임 같은 거 하지 말라며 요즘 젊은이들이 애 키우기 힘들다고 안 낳는데 말도 안 된다 하시는 나의 친할머니도 모르는 것뿐이다.


 아기를 낳는 순간,

 꾸미기 좋아하던 여자도 아니고, 일 밖에 모르던 대리 과장도 아니고, 산책 좋아하던 밖순이도 아니고

그냥 집에서 애나 봐야하는 애엄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얻는 행복의 대가로 당연히 잃게 되는, 하지만 누구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나 자신은 누가 돌려줄 수 있을까.


출산장려금 70만원 줄지, 100만원 줄지 고민하는 것보다 이런 깊은 이해를 같이 해주면 합계출산율 꼴찌국가 오명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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