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가까운 공원으로 아기를 데리고 나가 오전에 산책을 했다. 구름이 껴서 햇빛이 강하지도 않고 오전이라 기온도 너무 높지 않아 채비를 하고 나갔다. 공원에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았는데 내가 봐도 우리 아기가 가장 어린것 같더라. 아니나 다를까 어떤 아주머니가 어머 아기 좀 봐, 아기 얼마나 됐어요? 하고 물으셨다. 데리고 나올 때마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어린 아기를 알아보고 인사말을 주고받은 적이 종종 있어 별생각 없이 이제 두 달 넘었다고 대답했다.눈인사를 하고 지나가는데
세상에나, 백일도 안 된 애기를 데리고 나와? 제정신이야?
한순간 갓난쟁이를 위험천만한 세상에 데리고 나와 혹사시키는 정신 나간 엄마가 됐다.
뒤통수를 한 대 맞고서도 뒤 한번 돌아보지 못하고 도망치듯 걸음을 옮겼다.
처음엔 기분이 나빴다. 웃으면서 물어봐놓고 뒤통수에 대고 쓴소리를 하다니.
다음엔 후회를 했다. 왜 곧이곧대로 대답을 했지. 대충 서너 달 됐다고 말할걸.
그리곤 창피했다. 소중하게 보호받아야 할 아기를 위험하게 만드는 철없고 무식한 엄마로 보이려나.
내가 확인한 바로는, 아기를 출산한 병원의 소아과 의사, 현재 예방접종을 다니고 있는 소아과 의원에서는 사람이 붐비거나 먼지가 많은 곳을 제외하곤 우리 모녀가 외출을 해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미국 의사들도 온습도, 자외선에 유의하여 아기와 산모가 준비가 되었다고 느낀다면 언제든 외출을 할 수 있으며 오히려 외출을 권장한다.고로나는 어느 정도 제정신인 것 같다.
뼛속까지 밖순이인 나는 산후조리원에서도 밖으로 나가질 못해 우울증이 올 뻔했다. 햇빛을 받으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걷고 사람도 만나면 몸도 정신도 더 건강해질 거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나는 굉장히 건강한 편이다.
나는 내 아기도 그렇게 키우고 싶다.
우리 아기는 20일 정도에 처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잠깐 아빠 배웅하러 나가봤고, 30일 정도엔 동네 산책 30분 정도 하기 시작했다. 50일 이후론 차로 20분 거리의 공원에서 1~2시간 정도 산책도 하고 사람이 없는 시간을 골라 마트를 다녀오기도 한다. 햇볕이 따가울까 항상 얇은 담요를 두르고 다니고 아기가 불편하지 않은지 수시로 체크한다. 나를 닮은 탓인지 아기도 나가면 더 좋아한다고 나는 느낀다.
다음에 또 뒤통수에 대고 쓴소리를 하는 분을 만난다면, 뒤돌아 말해야지. 제 새끼는 건강하게 잘 키우고 있어요. 걱정과 응원 고맙습니다 아주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