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음성 수집을 넘어 이젠 내 속마음까지 캐치하여 알고리즘을 만드나보다. 유튜브 쇼츠를 보던 중 방송인 박슬기가몇년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육아하며 힘들어했던영상을 보게 됐는데, 그 영상에 공감되어 눈물이 나오려던 것이 댓글을 보고 눈물이 쏙 들어갔다.
출처 : 유튜브 tv조선 채널
영상의 댓글 중에 이런 댓글이 있더라
"산후조리원에, 산후도우미가 다 도와주면서 이 편한 세상에... 우리 엄마들 때는 애 둘셋은 혼자 키웠는데 고작 애 하나 키우면서..."
맞는 말이다. 우리 엄마들이 우리를 낳아 키울 때는 조리원은 무슨 몸조리도 못하고 애 둘셋 업고 집안일하고 남편 뒷바라지까지 다 하셨지. 정말 대단하다. 그래도 참 속상하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으나 초저출산 시대에 아직도 이렇게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니 안타깝다.
복잡한 마음이 들어 스스로 하나씩 내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먼저저 영상을 보며 느낀 감정을 풀어보자면,
...나도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게 아직 많은데.
아기 낳기 전에는 나도 한 때는.
지금도 나만 좀 더 노력하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뭐라도 좀 해볼까 해도 아기 보고 집안일하고 나면 도대체 내시간이 없네.
너무 욕심인가.
내 욕심 때문에 사랑스러운 아기와 사랑하는 남편을 잘 돌보지 못하는 걸까.
엄마가 너무 욕심부리는 것 같아...
역시 글로 적으니 좀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아기를 낳고선 그 전의 내 본래 모습을 잃은 것 같은 상실감과 하고 싶은 게 많지만 할 수 없어 드는 무력감, 엄마와 아내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은 미안함.
그럼 이번엔 저 댓글을 보고 마음이 아팠던 이유를 생각해보자. 댓글처럼 우리 엄마들은 우리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우리를 키워냈다. 그녀들에겐나 같은 자아실현의 의지가 없었을까?우리 엄마도 본인의 삶을 희생해 우리를 키워냈다. 그래서 내가 어렸을 때부터 우리 엄마는 너는 결혼하지 말고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라고 했다. 내 생각엔 우리 엄마들도 자아실현 의지는 있었을 테지만, 여자는 애나 보라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아들들에게 밀려 대학까지 나오진 못했으니 시작부터 벌어지는 임금격차까지 집에서 애나 보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 아닐까.우리 엄마와 나의 차이는 '학력과 사회진출'인 것 같다. 이젠 여자도 대학 나오고 취업하고 쓸 만큼 벌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결혼하고 애를 낳으라니. 이런 무슨 청천벽력같은 말이냔 말야.
저 영상에서 박슬기씨가 우는 이유, 저 영상을 보는 많은 애엄마들이 우는 이유는 단순히 '애 키우기 힘들어서'가 아니다.그러니 댓글에서 예전보다 애 키우기 쉬워졌다 하신 분은 그저 우리가 우는 이유를 모르는 것뿐이지요.첫 증손주를 보시곤 어서 둘째, 셋째 낳을 생각해야지 피임 같은 거 하지말라며 요즘 젊은이들이 애 키우기 힘들다고 안 낳는데 말도 안 된다 하시는 나의 친할머니도 모르는 것뿐이다.
아기를 낳는 순간,
꾸미기 좋아하던 여자도 아니고, 일 밖에 모르던 대리 과장도 아니고, 산책 좋아하던 밖순이도 아니고
그냥 집에서 애나 봐야하는 애엄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얻는 행복의 대가로 당연히잃게 되는, 하지만 누구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나 자신은 누가 돌려줄 수 있을까.
출산장려금 70만원 줄지, 100만원 줄지 고민하는 것보다 이런 깊은 이해를 같이 해주면 합계출산율 꼴찌국가 오명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