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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유정 Jul 02. 2023

7.우리들의 소중한 기념사진

노령견과 기념사진 찍기

뭉치가 죽고 나서, 우리 둘만 남았다.

뭉치가 있었을 때는 뭉실이의 존재감이 이렇게나 크지 않았다.

우리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엄청 소중한 존재가 되고 있었다. 한시라도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 한 것도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뭉실이는 내가 잠깐이라도 외출하고 돌아오면 단전에서부터 쏟아져 나오는 원망 섞인 짖음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고 또 나는 그걸 들으면서 너무 미안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는 동생네 놀러 갔는데 그 동생네는 거실 벽에 가족사진이 꽤 많이 걸려있었다. 행복해 보이는 가족사진을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10살이 넘어 노령견으로 접어든 뭉실이에게도 얼마나 많은 시간이 허락될지 모르는 일이니까 우리도 매년 기념사진을 찍어야겠다고. 그래! 이거야.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일지는 몰라도 결국 남는 건 그 순간의 사진 밖에 더 있겠어?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6개월 동안 외국으로 떠돌 때도 사진을 많이 안 찍었던 사람이었다. 사진 찍는 것보다 내가 무엇을 경험하고 느끼느냐가 중요하다 생각했고, 글로 남기는 걸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사진이라니.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대로 그냥 나는 그날 이후 뭉실이와 기념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강아지와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를 찾았고 나는 그 길로 예약을 하고 찾아갔다.  처음 시작은 흑백 폴라로이드로 했는데, 점점 욕심이 생겨서 매년 디지털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모든 것이 다 나 좋자고 하는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정확히 뭉실이가 열한 살 때부터 열다섯 살 때까지 다섯 번을 찍었는데, 그 뒤로 3년은 코로나 때문에 찍지 못했고, 올해는 실이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서 촬영을 할 수 없었다.


해가 갈수록 집에는 실이랑 찍은 사진이 벽을 채워갔고 오다가다 그걸 보며 나는 참 행복했다. 실이는 전혀 모르는 나만의 행복인 것이다. 개가 떠나고 없는 지금도 그 사진 속의 뭉실이는 해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고 여전히 나는 그 사진을 보면서 그때의 느낌과 그때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 결국 저 사진들 중에 한 장이 실이를 위해 제대로(?) 사용되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실이가 죽고 나서 장례를 할 때 실이의 영정사진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내심 그때 촬영하면서 '이거 영정 사진으로 쓰면 되겠는데?'하고 생각했다. 그게 실현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포토샵이 된 사진이 어딨는지 모르겠어서..

함께 하던 개가 떠나고 나면 처음엔 사진을 보는 것도 눈물이 나서 못 보다가 조금 지나면 사진을 볼 수 있는데 영상은 여전히 힘들다. 이것도 나중엔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날이 오려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사진이든 영상이든 남아있는 기록을 누군가 추억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사진에 담겨있지 않은 아름다운 순간도 무수히 많지만, 결국 우리의 기억은 까마득하게 멀어질 예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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