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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유정 Apr 07. 2023

벚꽃 개화

둘이 약속이라도 한거니?

2000년에 태어난 내 첫 강아지 뭉치는 2015년 3월 21일에 내 곁을 떠났다.


2006년에 태어난 내 두 번째 강아지 뭉실이는 2023년 3월 23일에 내 곁을 떠났다.


분명 태어난 날이 다르고 얘들은 한 배에서 난 아이들도 아닌데, 어쩜 둘이 약속이라도 한듯이 춘삼월 그것도 벚꽃이 만개했을때 떠났다.  아름다운 벚꽃이 한 없이 슬퍼보이게 말이다. 


내일  아침 일찍일어나 움직어야 하는 스케쥴인데, 가만히 침대에 누워 여전히 떠난지 며칠이 되지 않은 우리 작은녀석을 생각하다보니 글 하나를 적지 않고서는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무엇이 이렇게 글을 쓰게 하는지는 몰라도 나는 분명 사무치게 그리울 때는 글을 쓰는 것이 스스로에게 위로가 됨과 동시에 그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덜 수 있을거라는 얄팍한 생각도 깔려있는게 분명하다.


뭉치와도 나는 벚꽃구경을 했겠지만 사실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글에서 뭉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앞으로도 뭉실이보다 더 많을지는 모르겠다. 그 만큼 떠난지도 시간이 흘렀고, 뭉실이가 뭉치보다 오래 살아 나랑의 추억이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뭉실이와는 때만되면 벚꽃구경을 했다. 꽃을 좋아하니까 사실 매주 꽃집에 들르는 일이 일상이긴 하지만, 벚꽃은 그 꽃이랑은 차원이 다르니까! 꽃보다 아름다운 뭉실이가 벚꽃길을 걷는걸 보고 있으면 이 세상 행복은 내가 다 가진 기분이고, 이 세상 강아지 중에 우리 실이만큼 벚꽃과 잘 어울리는 강아지가 있을까싶었다.


말년에 너무 나이가 들었을때는 노즈워킹을 하기도 힘드니 내가 안아서 꽃향기를 맡게 해주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본 내 지인이 뭉실이가 떠나고 나서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강렬한 모습이 늙은 강아지를 정성스럽게 안아서 들어올려 꽃 가까이에 데리고 가서 향기를 맡아보라고 다정하게 말하는 너와 안겨있던 뭉실이야. 내가 그걸 보고 많은 반성을 했어. 우리집에 큰 딸이 데려다 놓은 로이한테 나는 그런 정성을 기울이지 않았으니까."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데 떠나고 나면 모든게 내가 잘못한 것 같고, 더 잘 해주지 못한것에 대한 미안함만 가득한 가운데 이런 위로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벚꽃이 이제 서서히 떨어지고 꽃이 떨어진 자리에 새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벚꽃이 피어있는 시기가 열흘 안팎인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만개한 꽃잎이 뭉치가 갔을때랑 실이가 갔을때는 너무 슬퍼서 꽃을 보기가 괴로웠으니까.


내년 벚꽃이 필 때는 어떤 감정이 들지 모르겠다.

마치 자신들을 함께 기억하라고 이틀 차이로 벚꽃이 만개할때 떠나간걸 보면 이 반려인의 마음속에 오래오래 남고싶은 그런 마음이겠지? 내 생일도 잘 까먹는 나지만, 그리고 솔직히 뭉치가 떠나간 날도 살짝 헷깔렸던 나지만, 이젠 평생 이 두 날은 잊을 수가 없겠다.


3월 21일, 3월23일


벚꽃이 만개한 그 때!



비교적 노령견인 열세살때의 뭉실
젊은 뭉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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