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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 영혼 May 12. 2023

보리밭 사잇길 걷고 싶어 떠난 고창여행

청보리 축제가 끝나서 더 좋았던 학원농장

코로나19로 멈추었던 지역 축제가 봄꽃 터지듯 곳곳에서 열렸다. SNS에 올라온 수많은 축제에도 그런가 보다 했지만 유독 마음이 끌렸던 곳이 있다. 고창 보리나라 학원농장의 노란 유채와 청보리밭을 보고는 가슴이 콩닥 인다. 가슴 뛰면 망설임 없이 떠나고 볼일이다.


몇 년째 휴업 상태인 내 여행블로그에 들어가 기록을 찾아보았다. 고창 청보리밭 축제에 다녀온 지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마도 그 추억이 있어 더 가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축제는 끝났고 청보리는 키만 조금 더 커졌을 테다. 혼잡을 피하고 한적하게 보리밭 사잇길을 거닐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때라는 생각이 들자 설렘은 더해졌다.


운전하며 하루코스로 다녀오기에는 숨이 찬 거리다. 조용한 산사에서 하룻밤 머물러도 좋겠다 싶어 선암사 텀플스테이를 휴식형으로 예약했다. 마침 연휴가 끝난 시기이고 평일이라 예약도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출근 러시아워에 걸리기 전에 수도권을 빠져나가려고 이른 새벽에 나섰다. 늘 느끼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부지런하다. 그 부지런함의 시각은 점점 더 빨라지는 듯하다. 요즘은 새벽 5시에도 예전 6시 정도만큼 차량이 많아서다. 다행히 고속도로를 빠져나가기 전 잠시 정체를 겪은 후로는 목적지까지 시원하게 빠져나갔다.


내비게이션 안내를 거부하고 서해안고속도로 들어섰다. 5월의 푸르름이 양옆으로 병풍처럼 두르고 탁 트인 고속도로는 그야말로 힐링로드다. 군산으로 들어서면서부터는 드넓은 평야가 넉넉한 품으로 맞이해 준다. 텅 빈 도로라 느낄 만큼 차량이 없었지만 제한속도를 넘기지 않고 드라이브를 즐겼다. 장거리 운전의 피로는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모닝커피와 간단한 아침 식사, 주유하기 위해 중간에 휴게소 한 곳을 들렀다.


초록 물결 일렁이는 보리밭 사잇길 걷기


고창 IC에서 한참을 더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 때쯤 보리나라가 있는 공음면에 이른다. 주차장 안내를 따라가다 보니 전에 보지 못했던 식당과 카페 한 동씩 그 옆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 규모와 인기에 비하면 꼭 필요한 정도의 주변 시설만 갖추었다. 크게 변하지 않았을 거라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좋았다.


축제는 올해로 20회째다. 봄에는 청보리밭,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엔 메밀꽃 잔치가 열린다.

개인이 일구어 대를 잇는 학원농장의 성과도 본받을 만 하지만 고창군은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보전 가치가 있는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국제적으로 인정한 육상 및 연안 생태계 지역을 일컫는다. 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으로 '고인돌 유적지' 자연유산인 '한국의 갯벌' 등재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모두 보유한 지자체다. 어설픈 변화와 따라 하기식으로 세금 낭비가 아닌 지역 특색을 살리고 그 가치를 보존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런 곳을 여행하다 보면 뭐든 소비해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인구 5만 2천 여 정도의 고창에 청보리 축제장을 찾는 사람이 5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경관농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20만 평에 이르는 규모의 축제장은 전망대 한 곳과 각종 드라마 영화 촬영지 안내, 도깨비 촬영 장소였던 나무 움막이 남아 있다. 유채는 키가 훌쩍 커버려 노란빛을 잃었다. 노란 유채꽃이 지고 나니 밭은 온통 초록세상이다.

마침 우리와 같은 시간대에 관광버스 한 대가 도착해 단체관광객을 쏟아낸다. 어느 노인학교에서 나들이 나오셨다. 보리밭 사이로 줄지어선 어르신들의 빨간색 단체 조끼가 초록잎에 피어난 붉은 꽃처럼 보인다. 나이가 들면 다시 아이가 된다는데 정말 아이들처럼 좋아하신다. 단체 관광객을 피해 조용히 걷고 싶다면 이리저리 나있는 다른 사잇길을 택하면 된다.

살랑 간간히 바람이라도 불면 초록빛 파도를 만난다. 구를 이루며 드넓게 펼쳐진 초록 물결과 마주하니 눈도 마음도 절로 고요하고 평화로워진다. 햇살 따가운 줄 모르고 이리저리 거닐었다. 헤엄치던 초록 바다를 빠져나와 도로 위로 올라섰다. 가로수는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고 한눈에 내려다보니 전망대가 따로 없다. 이렇게 여유롭게 거닐어도 시간이면 된다.

주변에 원한 그늘 쉼터도 있고 건물 2층 카페에서 내려다보며 차 한잔 마시며 쉬어가도 좋을 만큼 한산했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다 돌아보고 맛볼 수 없지만 나름 알차게 보내고 싶어 보리나라를 벗어났다. 


고인돌 유적지, 운곡 람사르 습지, 선운사, 문수사, 고창읍성 등 가볼 만한 곳들과 풍부한 먹거리가 차고 넘친다


- 여행정보: 입장료 주차비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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