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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 영혼 Apr 30. 2024

봄이 되자 떠밀리듯 집을 짓기 시작했다

공사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직선보다 곡선의 길이 더 아름다운 건 구불구불 시련을 겪고서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어서일까!

올봄에 집을 짓기로 계약을 해두었기에 작년 가을까지는 토목공사를 마무리해야 했다. 작년 봄부터 시작된 토목공사는 가을까지 기다려도 주변에서 흙을 구할 수 없어 결국 성토가 아닌 절토로 진행했다. 집 지을 내 땅을 깎아 낮추니 이웃땅의 경계와 높낮이가 생기고 이를 위해 담장을 쌓아야 하는 일이 생겼다. 토목 설계 또한 변경에 들어가야 한다.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일이 터진다.


  이렇듯 작년 가을까지 수없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숨 가쁘게 달렸다.   현장은 잠시 모든 게 멈추었고 도시로 돌아와 휴식 같은 겨울을 보냈다. 달콤한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버렸다. 만물이 소생하는 싱그러운 봄날이 다시 돌아오자 그간에 겪었던 고생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설렘이 아닌 두려움으로 봄을 맞이했다. 물러설 수도 없으니 단단하게 마음 무장을 하고 비켜갈 수 없는 길을  나섰다.


  농막에 도착해 보니 작년 가을 공사 했던 모든 게 문제가 생겼다. 얼고 터지고 물도 사용할 수 없으니 당장 농막에서 지내는 것도 어려워졌다. 누구도 부실 공사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수습하느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건축 착공에 들어갔다. 휴우 이제 건축은 회사에 맡겼으니 알아서 하겠지 하고 한숨 돌리는가 싶었다. 그런데 착공 첫날부터 일이 터지기 시작했다. 수도, 배관 연결 등 불과 며칠 전에  수백만 원을 들여 한 공사는 순식간에 또다시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그뿐이 아니다. 정화조를 너무 낮게 묻어 건물 기초를 올려야 하니 흙이 필요하단다. 가까운 곳에서 나오는 흙이 없어 멀리서 사 오니 비싸도 어쩔 수 없이 사들일 수밖에 없다.  다른 업자가 작업한 게 잘못되어 갈아엎고 새로 하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새로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공사는 지연된다.  짜깁기 하듯 억지춘양으로  자르고 이어서 간신히 는  모습을 보니  억장이 무너진다. 지역 모든 업자들이 돈에 굶주린 맹수들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모든 걸 비용으로 감당해야 하니  돈이 물 세듯 빠져나가고 통장 잔고가 바닥 난지는 오래다.  지금껏 살면서 나 자신이 이렇게 바보가 된 기분은 생전 처음이다. 그래 잠시 내게 머물렀을 뿐 그건 내 돈이 아니었나 보다 생각하며 마음을 비우니 조금은 편안해졌다.


  건축 계약을 경기도에 있는 회사에서 했다. 토목은 지역에서 하는 게 낫다며 우리 보고 직접 하라고 해서 건축 따로 토목 따로 하니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어쨌든 기초공사는 마무리가 됐고 뚝딱뚝딱 뼈대가 들어서고 집 짓기는 진행 중이다. 여전히 이런저런 문제는 생겨나지만 어느 사이  한 달이 지나고 있다. 몇 개월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남은 건축 기간 동안 지금껏 걸어온 가시밭길이 이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지만 아플 틈도 없이 매주 도시와 시골 현장을 오가고 있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 5월부터 한 달에 한두 번 진행하는 키친가든에 관한 교육도 신청해 두었다. 잠시라도 흥미 있는 일에 재미를 붙이고 머리를 식혀야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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