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시작한 집 짓기는 어느 사이 계절이 바뀌어 뜨거운 여름이 되었다.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준공 청소 후 하자 부분만 보완하면 시골살이할 집 한 채가 완성된다. 장마를 코앞에 두고 여기까지 온 게 다행이다.
비교되지 않는 삶, 분주함을 벗어나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자 시골살이를 결심했다. 준비 과정이긴 하지만 늘 바쁘게 움직였다. 문득문득 나 여기 지금 왜 서있나 싶은 생각도 고개를 들었다. 집이 완성되어도 끊임없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이어진다. 그동안 도심의 아파트 생활이 저비용 고효율로 얼마나 편리했는지 고마움을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말이면 도시로 돌아왔다가 주중에는 내려가 밭일하며 집 짓는 과정을 지켜봤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사람이 하는 일 완벽할 수는 없다. 속상하고 화가 나도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또 별거 아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물론 그런 부분들이 살다 보면 고스란히 수리해야 할 상황이 되고 또다시 집주인이 괴로울 수 있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조목조목 따지고 모든 걸 마음에 들게 하기엔 우리가 많이 지쳐있다. 크게 문제 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간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집 짓는 과정을 지켜보며 참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며 우리가 살 집을 지어 주는구나 싶었다. 기초 골조 설비 지붕 타일 등 각자 전문 분야에서 땀 흘려준 그분들 덕분에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우리 집 한 채가 그 땅에 세워졌으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집짓기 퍼즐이 완성되어 가며 그동안 겪었던 시련이 이렇듯 감사함으로 바뀌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 삶을 보듬어 줄 집이다. 부족한 부분은 천천히 조금씩 우리 손으로 채워가는 즐거움으로 누리면 될 일이다. 한 과정이 끝나고 새로운 파트로 작업하러 오시는 분들마다 앞산을 바라보며 멋진 풍경에 감탄하곤 했다. 그 풍경을 날마다 느끼고 바라보며 살 수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도시에서 시골살이로 일상을 바꾸며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모든 게 단순해졌다. 밭일하며 구슬땀을 흘리다 잠시 고개 들어 앞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 사이 살랑 바람이 지나며 땀을 닦아준다. 적당한 육체적 노동과 단순한 생각 손수 키워 밥상에 올리는 건강한 먹거리와 운동이면 충분히 행복하고 평화로운 일상이다. 아프면 병원이 가까이 없어서 어쩌나 하는 걱정을 사서 할 필요가 없다. 치열한 도시의 삶,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었는데 크게 몸 상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