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원 Jun 06. 2024

출산율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

살만한 세상을 만들자는 그 단순한 길로 가기가 참 어렵다.

첫째가 논술에 도움이 된다고 학원에서 들었다며 졸라서 작년부터 종이 신문을 받아 보기 시작했다. 늘 제대로 읽지 않고 그대로 재활용 수거함으로 가고 했었는데 회사를 그만두면서 새벽에 일어나면 천천히 챙겨 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보는 기사와는 달리 천천히 읽고 음미하는 맛이 있어서 참 좋다.


그렇게 종이 신문을 읽다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되는 주제가 있다. 바로 출산율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0.69 대로 전 세계에서도 꼴찌에 가깝다. 0.7이라는 숫자가 어떤 의미인지는 두 세대만 시뮬레이션해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여성 100명이 있으면 그들 중에 일부가 결혼해서 아이를 70명만 낳는다는 이야기다. 얼핏 들으면 문제없는 거 아니야 하겠지만, 문제는 여자 혼자 아이를 낳지 않고, 태어나 아이도 여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남자 100명을 포함하면 200명이 70명을 낳는다는 이야기고 그중에 여자 아이는 35명에 불과하다. 이대로 계속 유지된다면 35명이 20명의 아이를 낳고, 그중 10명만 여아가 된다. 딱 두 세대만에 인구수가 10분의 1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50년이 지나지 않아 인구 3000만 이하의 작은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고 있다. 새로운 아기가 태어나면 지원금을 1억 원을 준다는 지자체도 있다. 출산에 도움이 되는 케겔 운동을 출산 운동이라고도 하고, 이성에 더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여자 아이들의 학교 진학 시기를 1년 당기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아이를 안 낳고 적게 낳는 이유를 정말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이런 인지 부조화가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책을 고민하고 있는 (나를 포함한) 40대 이상의 기성세대들과 그 이하 세대가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변을 보면, 은퇴를 하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즐기는 50~60대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들은 비록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쉽게 잡았고, 10%가 넘는 금리에 아껴서 저축만 꼬박꼬박 해도 목돈을 쉽게 모았으며 그렇게 모은 돈으로 산 아파트가 가격이 폭등하면서 적어도 내 집 걱정은 할 필요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IMF나 금융 위기등 몇 번의 위기도 겪었지만, 그 또한 여유돈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부를 축적할 기회가 되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세대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그들보다 늦게 사회에 들어온 뒷세대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IMF 이후 대학생이면 대부분 취직이 되던 시절은 끝났다. 은행의 금리는 성장 위주의 경제 논리에 3%를 넘어선 적이 없고, 물가는 계속해서 치솟고 있다. 제일 압권은 집이다.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하려면 대졸하고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에 취업하더라도 한 푼도 쓰지 않고 20년은 족히 모아야 겨우 살 수 있다. 한마디로 이 내 한 몸 살아 남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낳기는커녕 결혼도 언감생심이다. 부양해야 하는 가족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한 수입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도 아이가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데 그걸 포기하느냐는 배부른 소리는 하지 말자. 우리나라는 예전보다 잘 살게 되었지만, 그건 이미 가진 것이 많은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고 아이는 빈손으로 태어나서 부양을 필요로 한다. 나 자신을 건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불안과 힘든 싸움을 내 자식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강남에는 다둥이인 집이 꽤 흔하지만, 소득이 낮을수록 더 자녀 수는 적어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래서 출산율을 높이는 가장 쉽고 단순한 방법은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집, 먹거리, 직업, 교육, 건강을 누구나 의지가 있으면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면 된다. 실제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는 북유럽의 국가들을 보면 집은 국가에서 장기 임대로 공급하고, 점심 식사는 국가에서 보조해서 저렴한 가격에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학교까지 무상 교육에 의료 보험으로 필요한 치료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단 아이를 낳을 젊은 부모 세대가 살만해져야 아이도 가져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모든 것들을 무슨 돈으로 하느냐고 묻는다면, 우리가 다 같이 부담해야 한다. 성장의 시대를 거치면서 혜택을 본 세대가 세금으로 채워서 다음 세대들이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면 다 잘 되고 먹고살만했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젊은 세대들이 힘든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힘들어 포기하면 그 고통은 우리 모두가 겪을 수밖에 없다. 나는 이런 세금들이 희생이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한다. 자라나서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이 있는 아빠로서 더욱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내 마음과는 별개로, 윤석열 정부는 또 종부세를 줄였다. 서울에 집이 있고, 그 집을 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경제적으로는 더 이익이 되겠지만,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누구를 위한 감세인가. 이미 많은 걸 가지고 있는 세대의 부담을 줄여 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국민연금 조율도 미루고 이미 누린 자들이 자신의 기득권들을 지키기 위해 세우는 정책들의 폐해를 미래 세대들이 고스란히 안아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약자에 대한 연대를 잊어버린 곳에 미래는 없다. 부디 젊은 세대들에게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는 꼰대 같은 소리라도 하지 말기를. 이게 다 여러분들이 욕심부리며 누리고 있는 풍요를 나누지 않은 자업자득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의대 정원 문제가 해결이 요원한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