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용량을 줄이고도 주행 거리를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접근
전기차를 충전하는 과정은 번거롭다. 충전소를 찾아서 시동을 끄고 내리고 충전 라인을 연결했다가 충전 완료를 확인하고 다시 라인을 정리하는 과정은 운전자에게는 귀찮다. 그냥 주차장에 세워 두기만 하면 알아서 충전이 되는 기능이 있다면 전기차 사용이 훨씬 더 편리해질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연구되고 있는 분야가 비접촉식 무선 충전 방식이다.
원리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과 비슷하다. 충전에 필요한 전력을 무선전력 송신 패드로 보내면 차에 설치된 수신 패드가 받아서 구동용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충전할 때는 송 수신 코일 간의 자기 유도 현상을 이용하지만, 무선 전송 거리가 너무 짧아서 차량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전기차에는 주로 송신부 코일에서 공진주파수로 진동하는 자기장을 생성하여 동일한 공진주파수로 설계된 수신부 코일에만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전달ㆍ충전되는 자기 공진 기술을 사용한다. 10m 이내의 비교적 먼 거리에서도 충전할 수 있고 효율도 높다. 2011년 KAIST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무선충전 전기자동차도 자기 공진 방식을 이용했다.
이런 충전기가 길 위에 설치되어 있으면 달리면서도 충전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1.6km 길에 무선 충전기를 깔아서 수신패드를 장착한 전기차가 지나가면 자동으로 충전이 되는 거리를 조성했다. 이런 도로 위 충전 인프라가 보편화되면 자연스럽게 충전을 더 자주 할 수 있게 되면서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용량을 줄이고도 충분한 주행 거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무선 충전과 자율 주행 기술이 합쳐지면, 사람의 개입 없이도 전기차 공유 택시 운영이 가능해진다. 로봇 청소기가 청소를 하다가 스스로 충전을 하기 위해 충전 슬롯으로 돌아가듯이, 자율 주행 전기차도 이동하다가 충전이 필요하면 무선 충전이 되는 공간으로 자동으로 이동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아직은 수신 패드의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앞으로 무선 충전 인프라가 늘어날수록 기본적으로 장착하는 옵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