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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가치로 살펴보는 제조업의 가치

30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by 이정원

자동차는 비싸다. 들어가는 재료도 많고 개발비에 인건비에 생산 시설 투자까지 들어가야 하는 돈이 많다. 그래서 한대 사려면 웬만한 신입사원의 1년 치 연봉을 들여야 살 수 있다. 대당 단가가 비싸다 보니 매출도 수백조 단위다. 2024년에 현대차는 매출만 175조 원에 달했다.


매출이 높다고 모두 수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원재료부터 부품이 되고 검증하고 생산하는 모든 과정에 들어가는 돈을 감안하면 자동차 회사의 수익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5% 정도면 그나마 선방한 정도고 2~3%까지 떨어지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4천만 원짜리 차를 팔아도 남는 돈이 200만 원 밖에 되지 않을 때도 있다는 소리니까 흔히들 이야기하는 가성비가 좋은 사업은 아니다.


현대차와 네이버 비교.jpg 2024년 기준 - 신기하게도 두 회사의 1인당 매출이 거의 동일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IT기업인 네이버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버를 충원하고 코딩을 다루는 다양한 인건비가 필요하겠지만 재료비 자체는 거의 들지 않는다. 그래서 확실히 IT기업의 수익률은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보다 높다. 2024년 기준으로 네이버는 11조 7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순수익은 2조 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이 18%에 달하는 수치는 확실히 5~10% 수준에 머무르는 자동차 산업과는 다른 차원이다.


그러나, 4천만 원짜리 차를 만드는데 들어간 3천8백만 원의 비용은 모두 그 차를 만드는 단계에 관여한 모든 산업군에게 다른 의미로 매출이 된다. 십만 원을 주고 부품을 사면 그 부품을 만들어 제공하는 회사에게는 또 다른 매출이다. 공장을 짓고 설비를 구매하고 철강을 사고 시험차를 만들고 실험하고 검증하는 모든 과정은 각각의 위치에서 가치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가치가 모여서 4천만 원짜리 차가 만들어진다.


화면 캡처 2025-09-13 135645.jpg 자동차 산업 종사자 통계 지수 - 30만 명에 달한다.


그래서 자동차 산업의 가치는 단순히 영업이익률로 따질 수 없다. 네이버와 관련해서 근무하는 직원 수가 5천 명 정도인데 반해 현대차 임직원은 7만 5천 명이다. 차를 만드는데 관여하는 관계사들을 모두 합치면 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4천만 원짜리 차를 팔면 이 차를 만드는데 기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그 가치가 분배되고 그 수익을 기반으로 30만 개의 가족들이 삶을 영위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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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욕을 먹어 가면서도 관세를 무기로 미국 내 제조업을 다시 복구하려고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 소프트 같이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는 IT 회사들도 중요하지만 하드웨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서비스는 유지하는데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 산업이 부양할 수 있는 국민의 수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부를 가장 효과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방법은 제조업을 통해 사람들이 가치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가끔은 효율보다 규모가 중요한 영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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