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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를 렌탈하는 시대가 온다.

차도 저렴해지고 충전도 간편해진다.

by 이정원

아직도 여전히 뜨겁지만 2023년 중국 전기차 시장에 위기가 고조되던 시기가 있었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일시적으로 중지되기도 했지만 그해 춘절 민족 대이동 중에 있었던 충전 대란도 영향이 컸다. 넓은 대륙을 새로 구매한 전기차로 평균 800km 정도를 이동하면서 1~ 2회 정도 충전하려고 했던 많은 중국 소비자들은 휴게소마다 길게 늘어서 있는 충전 대기줄에 불평을 토로했다.


급속 충전기 중 상당수는 고장이 나 있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많은 전기차가 길 위에 한꺼번에 쏟아지다 보니 휴게소에서 충전하느라 2~3시간씩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불평들이 SNS를 통해 이어졌다. 이후 중국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줄고, PHEV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중국에서 전기차를 팔려면 장거리 운전 중에 충전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NIO는 이런 시장의 니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회사 중 하나다. 전국에 13,375개의 충전소를 운영하면서 초급속 충전소만 2,896개다. 일반 충전 말고도 배터리를 교환해서 바로 바꿔주는 교환소도 3,405곳이나 운영하고 있다. 누적 교환 서비스 횟수가 9,000만 건을 넘어섰다는 것은 새로운 충전 방법이 시도하는 단계에서 안정화되는 단계로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NIO_Battery_Swapping_Station-1024x678.jpg 니오의 배터리 교환 서비스 센터


어찌 보면 생소한 배터리 교환 서비스가 이렇게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NIO의 홈페이지를 보면 8,000만 건의 교환을 통해 다른 전기차 대비 충전시간을 6,703시간, 가솔린 대비 비용을 209억 위안 절약했다는 수치가 나와 있다. 실제로 교환용으로 준비하는 배터리들의 충전은 심야 전기 등 저렴한 전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충전 시간을 줄이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사실 배터리 교환 서비스는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일이 많다. 배터리 교환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조적인 설계도 해야 하고 배터리도 여분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전기차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계속 교체하려면 배터리 소유에 대한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NIO는 올 상반기부터 BaaS(Battery as a Service)라는 타이틀로 배터리 리스 사업을 시작했다.


전기차의 비싼 가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리스 형태로 전환하게 되면 차 값을 낮출 수 있다. 실제로 FireFly의 가격이 3분의 1이나 낮아졌다. BaaS 계약을 하면 찻값은 40,000위안 저렴한 대신 한 달에 399위안의 렌탈료를 지불해야 한다. 절약한 찻값을 렌탈료로 지불하면 100개월 약 8년 이상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5년 정도에 신차로 교환되는 주기를 감안하면 경쟁력은 충분하다.


NIO POWER STATION.jpg
NIO STATION MAP.jpg
자동화된 배터리 교환 설비와 고속도로를 따라 전국에 분포한 POWER STATION 지도


NIO가 이런 도전을 계속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각 지역별로 충전 및 도시 교통 인프라를 관할하는 인프라 기업들과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배터리 교환 사업보다는 친환경 발전, ESS, 충전 사업 등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에너지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가능하다. 베이징, 산둥, 후난에 이어 선양까지 중국 전체를 아우르게 되면 비슷한 유형의 사업이 본격화될 수 있다.


이렇게 자동차 회사가 주도하는 배터리 교환판에 CATL도 뛰어들었다. 이미 2024년 말에 교체형 표준 배터리를 공개하면서 교체에 필요한 배터리팩과 기본 플랫폼도 함께 제시했다. CATL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기업은 자동차 플랫폼 개발에 대한 부담도 줄어드는 데다가 고객들에게 초급속 충전보다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상용차처럼 대형차의 경우에는 교환식으로 충전하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CATL_ChocoSEB_PT.jpg CATL이 내세운 교환형 배터리



배터리 회사 입장에서는 배터리 교환형이 이점이 많다. 일단 배터리를 교환하려면 여분이 있어야 한다. 1만 대를 팔아도 30% 이상의 마진을 두면 1만 3천대의 배터리가 필요하다. 그만큼 CATL의 매출은 늘어난다. 배터리 교환을 한다는 이야기는 배터리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한다는 의미다. 배터리를 관리하는 것이 CATL이니까 자동차 회사는 배터리 가격을 뺀 가격으로 차를 싸게 공급하고 배터리를 임대하는 주체는 CATL이 될 수 있다. B2B 기업이 B2C 매출을 통해 직접적인 현금 수입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거기에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이 표준화되면 자동차 회사와 모델은 달라도 배터리 자체는 표준화가 가능해진다. 동일하게 설계된 배터리가 늘어날수록 규모는 커지고 단가는 더 낮아질 수 있다. CATL도 이런 장점들을 극대화하기 위해 범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배터리 교환소를 400곳 이상을 준비하면서 판을 깔아 놓고 함께 할 파트너들을 기다리고 있다.


RenaultSamsung_BatterySwap_Sep_2013-1024x680.jpg 2012년에 제주도에서 진행했던 SM3 EV 배터리 교환 방식 - 채산성이 없어 중단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르노삼성 자동차가 제주도에서 SM3 전기차 택시를 교환형으로 진행하려 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생소하지만 빠른 충전 시간과 초기 구매 비용이 저렴해진다는 장점은 명확하다. 거기에 친환경 발전, ESS 등과 연계하면 남아도는 싼 전기를 저장해 두었다가 활용하는 Smart Grid의 주축으로 활용이 가능해진다. 결국 사람들은 편하고 싸면 사용하기 마련이다. 중국에서 진행 중인 NIO와 CATL의 새로운 도전이 시장을 어떻게 바꿀지 지켜보자.




자동차 산업 동향 전문 플랫폼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내용을 조금 늦게 공유합니다. 연휴 마무리 잘하세요.

https://autowein.com/256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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