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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미니 빔 Jun 14. 2018

당신과 밤을 함께 할 영화 추천 #2

A League Of Their Own, 1992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943년 2차 세계대전,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남자 미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전쟁에 참전하고 구단주는 재정적 위기를 느낀다. 이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구단주들은 미국 여자 프로야구를 창단하기로 결심하고 단원들을 찾으러 다닌다. 한편, 미국의 시골마을에서 야구를 즐겨하던 도티(Dottie Hinson, 지나 데이비스)와 키트(Kit Keller, 로리 페티) 자매는 우연히 그들의 눈에 띄어 프로야구단에 입단하게 된다.     


1992년에 개봉된 이 영화는 1990년대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앞서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어느 정도 한계는 있지만, 현재의 시대상을 거의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에 살고 있는 나는 현재 이 영화를 보며 공감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아마 1992년 이 영화를 보고 있던 여성들도 공감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신기하면서도 어딘가 씁쓸해졌다.     


영화에서는 그 시대의 여성이 받아온 억압들을 직,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특히나 영상의 초반 부분에서는 대사 하나하나에 여성을 차별적으로 대하는 요소들이 담겨져 있다. 이런 식으로 영화의 중간 중간, 여성의 낮은 인권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시대를 비판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관객들에게 여성의 인권문제에 대해 각인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시골마을에 사는 자매 중 언니인 도티의 야구 실력을 보고 놀란 스카웃 담당자는 그녀를 설득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하지 않겠다고 강력히 말하며 거절하는 도티. 그런 스카웃 담당자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많은 동생에게 언니를 설득시킨다면 너도 함께 데려가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지 않겠다는 언니를 설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동생 키트. 계속되는 설득에도 마음을 바꾸지 않던 도티가 마음이 변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들의 인생도 바뀌게 된다.     


시골마을에서 소를 키우며 살던 자매는 싸울 때는 싸우고 사이가 좋을 때는 좋은 그런 평범한 자매이다. 하지만 항상 언니와 외적인 부분이나 능력 면에서 차별을 받아오며 존재감이 없던 동생은 이 곳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키트에게 야구는 정체성이며 이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 빛이었다.    



우역곡절 끝에 야구단에 입단한 자매와 단원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자선수와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입단 당일, 공개된 여성 프로야구 공식 야구복이 치마인가하면 야구와는 전혀 상관도 없는 교양수업을 들어야 하고 외모관리를 해야 한다. 또한 TV에 나온 선수들은 실력적인 면에서 그들을 다루는 것이 아닌 얼굴이 예쁘다, 미혼이다, 기혼이다, 요리를 잘한다 등의 부수적인 이야기로 그들을 소개한다.   

  

여자가 야구를 한다고? 너희들이 야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공은 던질 줄 알아?

첫 경기, 관중들은 경기장에 입장하는 선수들을 비웃으며 말했다. 그들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여자는 연약하며 힘이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또한 그저 남자 프로야구의 부재를 채워주는 일종의 ‘쇼’라고 생각하며, 그들의 경기를 경기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야구를 포함한 모든 스포츠는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하지만 선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았다. 유니폼이 치마인 탓에 남자 선수들의 유니폼보다 비교적 몸 이곳저곳에 피멍이 자주 들고 피가 쉽게 나지만, 아웃되지 않기 위해 슬라이딩을 하고 공을 잡기 위해 계단도 굴렀다. 하지만 그들은 ‘여자는 운동을 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편견을 깨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그들이 하고 싶어서 본능적으로 나온 행동이라는 점이 오히려 더 감동을 주었고 그것이 영화에서 큰 의미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서로의 용기이며 힘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손가락질 하며 비웃을 때 그들은 그냥 옆에 있어줌으로써 그 자체가 위로가 돼 주었다. 사회적으로 구성된 ‘여성’이라는 프레임 속에 들어있지 않은 자신을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이에게 정상이라고 느끼게 하였으며 오히려 서로를 돕고 격려하였다.     


그동안 수많은 시간동안 여성들이 다수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그들이 서로 기싸움을 하는 구조를 만들거나 서로를 시샘하고 욕하는 구성을 만든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런 요소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서로를 돕고 격려하며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였다.



실화바탕의 여성 프로야구단



영화는 1943년에서 1954년까지 있었던 여성 프로야구단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앞서 줄거리에서 설명하였던 창단의 이유와 목적은 현실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중심으로 등장하였던 팀인 ‘락포드 피치스’ 또한 실존했던 팀 이다.     


실제 팀이었던 ‘락포드 피치스’ 또한 영화에서와 같이 그저 눈 요깃거리를 위해 임시적으로 창단되었던 팀이지만 그들이 흘린 땀과 열정이 야구팀을 11년간 존재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 속의 저마다의 사연들은 각색된 것 이지만, 실화 바탕의 영화여서 그런지 마냥 허구의 소설이라고 생각되지 않고 여성들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격려를 더 잘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중심의 영화로써 영화에 등장하는 다수의 남성들은 그들을 뒷받침 하며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거나 또는 그 안에서 서로를 도우며 으쌰으쌰 하는 여성들에게 위기를 주는 역할을 한다. 이 영화가 다른 스포츠 영화와 다를 바 없는 흔하디 흔한 전체적인 흐름은 갖추었지만, 그것이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도 그들이 하는 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 <그들만의 리그>를 보며 그들의 가치관에 변화가 생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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