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이 연초에 세운 계획을 다시 꺼내보자고 하신 이유는 요즘 회사 상황이 영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올해 1분기 매출이 예상보다 적게 나왔다. 해마다 1분기는 매출이 적은 편이기는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지난 몇 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많이 줄었다. 더 큰 문제는 영업 가능성이 있는 건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영업 사원은 타율이 낮아도 타석에 많이 들어서야 안타 개수를 늘릴 수 있다. 팀장님은 목표 실적의 세 배 정도의 영업 기회를 만들어놔야 목표를 겨우 이룰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팀이 만들어낸 영업 기회는 목표 실적의 한 배수도 채 되지 않는다. 이처럼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으니 더 위기라고 느껴지는 것 같다.
누구 한 사람만 영업 기회를 적게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사람만 집중해서 관리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팀원 전체가 그런 슬럼프에 빠져 있으니 팀장님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이 되었을 것 같다. 이렇게 단체로 슬럼프에 빠진 이유는 우리가 서 있는 무대의 분위기 자체가 나빠지고 있어서다. 영업 사원의 실적은 자신이 서 있는 무대 분위기에 가장 크게 좌우된다. 이런 상황이니, 영업으로 잔뼈가 굵은 팀장님으로서도 뾰족한 수가 없었을 것 같다. 다만 이럴 때일수록 기본적인 것, 작은 것들부터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신 듯하다. 그래서 새해 시작하면서 세웠던 계획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이야기하는 회의 자리를 만들어보시려는 것 같다.
영업 사원으로서 일한지도 이제 일 년 반 정도 지났다. 그때는 시장 상황도 좋았던 데다가 내가 좋은 고객사를 배정받은 덕분에 실적이 내 실력에 비해서 잘 나온 편이었다. 이렇게 상황이 좋을 때는 힘든 일이 있어도 거뜬히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나빠지면 평소라면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일도 괜히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동료가 지나가듯이 던지는 말 한마디에 상처받을 수도 있고, 작은 계약 건 하나에도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 것이다. 요즘 우리 팀 분위기도 점점 이렇게 바뀌고 있다. 회사에서 웃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상황이 안 좋을 때 버티면서 자기 역할을 해내는 사람이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협동조합을 운영할 때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회사가 아주 큰 위기에 빠졌다. 안 그래도 한 줌도 안 되던 매출이 겨우 두어 달 만에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깊은 수렁에 빠진 느낌이었다. 더 큰 문제는 그 위기를 넘어설 힘도 용기도 없었다는 것이다. 몇 달 정도 더 방황하다가, 도망치듯이 회사를 그만두고 나오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무책임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그때 이 악물고 버티면서 뭐라도 해봤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랬다면 위기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떻게 하면 위기를 부드럽게 넘어설 수 있는지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지금의 회사 상황이 나에게는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시장 상황이 안 좋아져서 회사가 위기에 빠질 때, 그 위기를 어떻게 넘어갈 수 있는지 배울 기회를 다시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회사에 들어온 가장 큰 동기는 성장하는 업계에서 비즈니스를 배워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에는 시장 상황이 좋았고, 그런 시절에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이 배운 것 같다. 이제는 시장이 전체적으로 조용해지고 있다. 이럴 때 대표님과 팀장님이 어떻게 하는지 잘 지켜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도 내가 가진 권한과 역량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생각이다. 그래서 지금의 위기를 중요한 배움의 기회로 만들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