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사원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큰 고객사 1층 로비에 가면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사람들은 어딘가에 전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쓰거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 그런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가는 아저씨 아줌마들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들도 나와 비슷함 영업 사원들이다. 그들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저 사람들은 뭘 팔려고 왔을까, 저 사람들 중에 혹시 내 경쟁자가 있을까, 혹시 내 고객과 연락하는 건 아닐까, 나도 저 나이 되도록 고객 만나러 돌아다니고 있을까, 그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등.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영업 사원들이 있다. 사람들이 사고파는 제품과 서비스의 수보다 몇 배는 많은 사람들이 영업 사원 타이틀을 달고 일하고 있지 않을까. 그 사람들 중에는 분명 실적이 잘 나와서 승승장구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반대로 실적이 너무 안 나와서 하루하루 죽을 맛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영업에 개인 역량이 그리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분명 누군가는 일 잘하는 영업 사원이라고 인정받고, 다른 누군가는 다음 분기에 회사에서 잘릴지도 모른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 그리고 나는 어떻게 해야 일 잘하는 영업 사원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이 글에 나오는 이야기를 하던 날, 대표님은 자기가 영업을 못 하는 것 같은데도 어떻게든 매출을 올리는 이유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것은 아주 간단하다. 그냥 잘 될 것 같은 판에서 일하면 된다. 잘 되는 판에 있으면 자기처럼 영업 잘 못 하는 사람도 좋은 실적을 꾸준히 만들 수 있다. 반면 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를 가지고 있어도 잘 안 되는 판에서 일하면 성공할 확률이 아주 낮아진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대로 실천하기는 정말 어렵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성공하지 않았을까.
우리 회사에서 파는 제품은 한국에 들어온 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10년째 업계에서 최고의 제품들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우리 회사에서는 7년 전에 미국 본사에 리셀러 등록을 하고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이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이 제품의 한국 지사가 아직 없었을 정도로 한국 시장은 불모지였다. 그즈음부터 DT(Digital Transformation)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한국에서 이 제품을 사서 쓰려는 회사가 아주 빠르게 늘어났다. 덕분에 우리 회사는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이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회사가 되었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시장 상황을 계속 살펴보는 성실함, 그중에 좋은 제품을 남들보다 먼저 알아볼 줄 아는 안목, 제품이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하는 집요함 같은 것들은 우리 회사 초창기 멤버들이 가진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역량은 영업 사원으로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것 같다. 하지만 DT 붐이 불면서 이 업계 자체가 '잘 되는 판'이 되었다. 그러니 영업을 못 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실적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운이다. 그것도 억세게 좋은 운. 다만 운이 터지는 때를 맞춰서 성공하려면 당연히 평소에 준비를 잘해둬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니까.
나 한 사람의 힘으로 파도를 거스를 수 없듯, '잘 되는 판'을 나 혼자 힘으로 만들기도 어려울 것이다. 누구나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이 판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동경하겠지만, 아무나 그렇게 될 수는 없다. 그저 빠르고 높은 파도에 몸을 싣고 앞으로 잘 나아가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잘 되는 판'을 고르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그러면 내가 조금 못 해도 내가 주워 담을 수 있는 게 계속 늘어날 테니까. 지금은 다행히 비교적 잘 되는 판에 발 붙이고 서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잘 되는 판이라고 해서 땅 짚고 헤엄치듯 모든 일이 다 쉬운 것은 아니다. 왜 그런지는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