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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I가 저보다 글을 잘 쓰잖아요

생성형 AI 때문에 자신감을 잃어가는 사람들

by 오징쌤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성장이나 실력을 평가하려고 할 때, 글쓰기 과제를 내주는 경우가 많다. 한 가지 답을 찾도록 만들어진 객관식 문제나 단답형 주관식 문제보다는 정답이 없는 글쓰기가 학생들의 능력을 보다 폭넓게 평가할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인 것 같다. 글이라고 할 만한 것을 한 편 쓰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의 방향을 정하고, 그 생각의 근거가 될 만한 것들을 모으고, 그 근거들을 짜임새 있게 배치하는 등의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아무래도 단순한 문제를 풀 때보다는 생각을 더 깊고 복잡하게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세상에 나오고 나서부터 글쓰기 과제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생성형 AI는 사람이 시키는 대로 그럴싸한 글 한 편을 몇 초만에 뚝딱 써낸다. 같은 주제를 두고 찬성하는 글을 써달라고 하면 그대로 써주고, 또 반대하는 글을 써달라고 하면 그에 맞춰서 글 하나를 뽑아낸다. 생성형 AI는 인터넷 세계에 있는 데이터를 거의 다 학습했기 때문에 글의 주제를 뒷받침하는 내용도 풍부하게 정리해 준다. 언어도 가리지 않아서 글 한 편을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도 있다. 그러니 생성형 AI가 쓰는 정도의 글에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그보다 더 편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 과제를 내주고 평가해야 하는 교수님들, 나아가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는 대학교 입장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그들은 이 걱정을 내려놓기 위해 손쉬운 방법부터 골랐다. 생성형 AI를 활용해서 쓴 글쓰기 과제를 반칙이라고 규정하고, 글쓰기 과제를 할 때 생성형 AI를 쓰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AI로 쓴 글을 찾아내는 AI를 만들어서 학생들의 글쓰기 과제를 평가한다는 둥, 학생들이 반칙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도록 AI 윤리를 가르쳐야 한다는 둥, 여러 방법들이 나왔다.


하지만 교수님들이든 대학교든 정작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살피지는 못한 것 같다. 얼마 전에 글을 하나 읽었다. 제목부터가 눈길을 끈다. 만약 학생들이 AI가 자신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 일까(What does it mean if students think that AI is more intelligent than they are)? 이 글을 쓴 사람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만난 학생들 중에서 꽤 많은 학생들이 생성형 AI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생성형 AI가 쓴 글에 견주었을 때 자신들이 쓴 글이 한참이나 모자라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학생들이 자신감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걱정하는 듯하다. AI가 교육에 빠르게 통합되면서 학생들이 하는 일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할 수 있다고 믿는 일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학생들이 생성형 AI만큼 글을 잘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지적 위험을 감수하고 비판적으로 참여하거나 업무에 필요한 회복탄력성을 개발할 수 있을까? 이렇게 자신감을 잃고 나면, 어려운 과제를 만났을 때 그것에 도전하기보다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든 끝내버리는, 수동적인 태도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나도 글쓴이의 걱정에 공감하게 되었다.


그가 쓴 글에 나와 있는 것처럼, 자신감은 동기 부여, 회복력, 자신감에 영향을 미치며, 결과적으로 공동체 의식, 평가 성적, 대학 공부를 마치고 졸업할 수 있는 능력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감을 잃고 AI에 의존하기만 한다면, 그들은 결국 AI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대졸자가 될 뿐이다. 그러니 단순히 AI를 기능적으로만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깊이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을 길러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기업들은 데이터를 분석 및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여 문제를 해결하며,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고, 회복력과 적응력을 발휘하고, 감성 지능을 발휘하고, 협업할 수 있는 직원을 원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생성형 AI라는 것이 기술적으로 완성되지도 않았고 사람들의 삶에도 깊숙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생성형 AI 때문에 어떤 문제가 있고,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지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니 그 문제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글쓴이도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학생들이 생성형 AI의 주인이 되어서 살아가도록 도와줄 방법까지는 생각해내지 못한 것 같다. 그럼에도 글쓴이가 지적한 문제는 앞으로 사람들이 생성형 AI와 어떤 태도로 살아갈지에 큰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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