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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JORICA Jun 06. 2023

인정하긴 싫지만 내 실수인걸

병아리 MD의 실수-1

굵직하게 다닌 회사 중 벌써 3번째 회사이다.

이쯤 되면 실수 안 하고 회사 생활을 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왜 이렇게 내 마음대로 안되는지 모르겠다.

업무적으로도, 사회생활적으로도 부족한 점 투성이인 것 같아 나 스스로가 너무 실망스럽다.


이럴 때는 이기적으로 굴면 마음이 편해진다.

내 실수지만 팀원의 인성 문제인 척, 회사의 시스템 문제인척

이렇게 핑계를 대다 보면 내 마음은 가벼워지지만 나의 발전은 퇴보하게 된다.


그래서 참 어려운 것 같다. 사원의 회사생활이라는 게

문제를 직면하며 발전하기에는 나의 멘탈이 나약하기만 하고 

문제를 회피하고 남 탓을 하면 나를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만


5월은 힘든 일 투성이었다.

내가 일하는 산업의 특성상 외부의 변화에 굉장히 취약하다.

이 부분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님에도, 그 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내가 해결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수익까지 챙겨야 하니.. 업무의 무게가 무겁다.


아마 난 그 과정에서 번아웃이 왔던 것 같다.

동기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낼 거라는 처음의 다짐은 어디에 갔는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고 

이제는 회사의 복지를 누리고,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업무에 대한 마음이 뜨니, 이전처럼 업무에 집중할 수도 없고

난생하지 않을 것 같은 실수를 해서 혼도 났다.

아주 많이 많이..


혼낸 사람의 평소 실력을 비난하거나, 인성을 비판하며 나를 보호하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스쳐 지나갔지만

그런 행동과 생각은 나를 발전시켜주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저질러버린 실수는 되돌릴 수 없다.

변명하거나 되지도 않는 수습을 하려기보다는

따끔하게 혼나고 더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해야 되는 업무 그 이상을 하며 팀에 기여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리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다면 이전의 실수를 만회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우리는 신입이 아닌가?

넌 0년 차나 돼서 이런 실수해? 이런 말을 듣지 않아도 되는 신입이니

실수는 만회할 수 있다.


어쩐지 팀에서 구박댕이가 되어버린 것 같아 외롭고 지치고 힘들었지만

어차피 일 하러 만난 사이에서 그런 감정 소모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믿어주는 동료들을 더 믿고,

그 동료들이 믿고 있는 나의 능력과 노력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나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실수를 한다.

지금 나를 혼내고 있는 상사에게도 그런 시절은 분명히 있다.

그 사람이 요령껏 티를 안 내고 빗겨나간 사람일지라도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실수담은 있다.

그러니 기죽지 말자, 이 실수가 우리를 더 성장시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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