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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JORICA May 13. 2019

셀 위 댄스?, 벨리댄스!-1

네? 저는 문화를 연구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너 소모임은 뭐해?”


학기 초, 새내기들끼리 모이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에 하나가 과 소모임을 뭐하냐는 질문이다.

보통 과 소모임은 입학 전 ‘새내기 새로 배움터(이하 새터)’에서 결정된다. (우리 과만 그랬을 수 있다.)


나도 여느 예비 대학생들처럼 학교의 안내에 따라 새터에 참가하게 됐고 그곳에서 첫 저녁시간을 맞이했다.

그 시간은 선배들과 둘러앉아 곧 있을 소모임 결정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었다.

우리 새터 조 선배들은 아랍 신문을 만드는 소모임 선배와 축구부 선배, 풍물패 선배로 구성되어 있었고 선배들은 각 소모임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그러면서 동기들에게 차례대로 ‘어디에 들어가고 싶냐’고 물었다.

내 차례가 되자 나는 일말의 주저함 없이 과 소모임 소개 책자에 적혀 있던 ‘아랍문화연구회’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순간 모든 사람들이 날 “잉?”스러운 표정으로 보았다.


당당하게 ‘아랍문화연구회’에 들어가고 싶다는 나의 말에 선배들과 동기들의 표정이 이전과는 사뭇 남달랐다. 나는 축구나 풍물에는 재능이 없었고 신문 만드는 활동은 고등학교 때 충분히 해봤기 때문에 기왕 아랍어과에 들어온 거 아랍문화라도 연구해보고 싶었던 것뿐인데 다들 놀라면서 엄청난 호응을 보내줬다.


"아랍문화연구회"


마치 문화를 연구할 것만 같은 학구적인 이름과는 달리 아랍문화연구회는 벨리댄스 동아리이다.

이제껏 부담스러운 의상과 정기적인 춤 연습 때문에 아무도 선뜻 신청하지 않던 아랍문화연구회에 그 어떠한 설득 없이 당당하게 들어가겠다는 내가, 선배들과 동기들 눈에 얼마나 신기하게 보였을지…

지금 다시 그때를 떠올려봐도 창피하다…





물론 각 학과마다 춤 동아리는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랍문화연구회는 벨리댄스만을 춘다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왜 아랍문화연구회에서는 벨리댄스를 출까?


바로 벨리댄스( رقص الشرقي : 라끄스 샤르끼)의 기원이 과거 서아시아와 북부 아프리카에서 널리 추던 허리를 재빨리 흔드는 춤이기 때문이다. 몸통과 허리를 흔들거나 비트는 춤은 사막지대에 사는 민족에게 특히 두드러진다는 설도 있다. 이는 뛰거나 발장단을 칠 만큼 단단한 지면이 아닌 모래땅에서는, 발이나 손의 동작이 제한되므로 발 밑을 고정시키고, 몸통의 동작에 중점을 두는 춤을 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벨리댄스는 맨발로 추는 춤이다.

맨발로 추는 이유를 가정해보면, 첫 번째로 사막에서는 발이 쉽게 빠지기 때문에(모래에서 힐 같은 굽이 있는 신발을 신거나 발 앞과 뒤 굽 높이가 차이 나는 신발을 신으면 발이 푹푹 빠진다.) 신발을 신고 춤을 추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허리를 빠르게 돌리는 동작 또는 섬세하지만 강력하게 춰야 하는 춤 동작 때문에 신발이 자꾸 벗겨져서 맨발에 췄을 확률도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추론한 가정이다.)





벨리댄스는 아랍의 문화이기는 하지만 맨발에 골반의 튕김으로 여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벨리댄스는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의 가치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 같다. 종종 UAE관광코스로 벨리댄스를 보는 코스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내가 있었던 요르단만 해도 여성의 노출에는 매우 엄격해서 벨리댄스를 아랍문화로 여기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는 어른들도 많았다. 그래서 무슬림인 아랍인들 앞에서 내가 배운 벨리댄스를 선보일 기회는 없었지만 다른 외국인 유학생들과 어울려 놀거나 비교적 개방된 기독교인 아랍인들과 함께할 때는 소모임에서 배운 댄스로 파티의 분위기를 띄우곤 했으니 몸치인 내가 꽤나 성공한 무희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소모임 활동도 끝나고 유학생활도 마무리했으니 더 이상 벨리댄스를 추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더 이상 춤을 추고 나서의 보람과 환희를 느낄 수 없을 것 같아 서운하기도 하고 힘든 연습을 하지 않아도 돼서 좋기도 하다. 그래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두두두구두구두구두”하는 전주를 들으며 벨리댄스를 추고 싶을 때가 있다. 8분 동안 춤을 추고 나면 땀으로 흠뻑 젖던 그때의 그 열정과 아랍 노래를 들으면서 신났던 어린 날의 추억들이 그립다.


졸업 전에 함께 벨리댄스를 추었던 동기들과 다시 한번 예전처럼 춤을 출 수 있을까?



1*학번, 쉘 위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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