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의 치명적실수1
오늘은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서 밭에 못갔다. 대신 며칠전 어린이날에 여농에서 얻어온 토종콩을 관찰했다. 토종밤콩이며 토종녹두며 다양한 콩을 심은 후 며칠째 물을주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밤콩과 녹두의 키가 한뼘씩 커져 있었다.
예전에 텃밭관련 책을 보는데 모종은 절대 키큰 아이들 사면 안된다고. 작아도 딴딴한 아이들을 사야한다고 했는데 입으로 바람만 후 불어도 줄기가 꺾일것같은 모종을 만든 것이다. 왜 그럴까. 다른 건 하나도 없고 매일 아침에 물 한번씩 준것밖에 없다. 아니 어떤 날은 더 빨리 자라게 하려고 물을 두번 준것뿐이다.
결국 물조리개로 물을 주다가 밤콩 모종 하나의 줄기가 휘어졌다. 불쌍하다 싶어 옆에 있는 아이에게 기대게 했는데 그 아이도 휘어졌다. 콩나물처럼 키가 큰데 줄기는 콩나물의 반도 안되는 이 아이를 어떻게 심을 것이며, 심은 아이는 바람한번 불면 꺾일텐데..
안되겠다 싶어 급하게 엄마에게 전화걸었다.
"콩은 땅에 그냥 심어도 잘 나는데.. 위에 새가 안 쪼아먹게 망만 씌우면 되는데 그걸 싹을 틔웠나"
하루라도 빨리 싹을 틔워, 하루라도 빨리 심을 욕심에 심고 물주고 했는데 결과는 정반대가 되었다. 하지만 콩을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기분이 좋았다. 콩이 자라는 속도가 잠시 책읽다가 다시 보면 더 자라는 것처럼 빨라보였다. 어떤 이는 식물이 동물처럼 움직일 때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성장활동이라고 했다. 그말에 100% 동의한다.
오늘 좋은 경험했다. 원래 씨앗은 자기를 일으켜 세울 양분을 부모에게서 얻는다고 한다. 물론 부모에게서 얻은 것이 적어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싹을 틔우는 식물도 존재한다. 며칠전 포트에 심은 식물들은 모두 곡류로 스스로의 힘으로도 잘 자라는 식물들이다. 얼마나 맛있으면 콩알 심을때 새도 하나 주려고 3알을 심을까.
애니메이션 '토토로'를 보면 식물의 싹을 틔우고 자라게 하려고 달밤에 아이들이 마법의 주문으로 외운다. 나 또한 토토로나 메이가 된 심정이다. 이 마음이 오래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