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창욱 May 22. 2018

담벼락연재 - 뽀뇨아빠의텃밭일기15

세상의 모든 똥들은 왜 우리밭에 모이는지


비가 온 후 밭으로 갔다. 우리 아이들은 또 얼마나 자라고 있을까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내 기대를 충분히 채워주고도 남았다. 며칠전 뿌린 쌈채소 씨앗에서 새싹이 나왔다. 제각각 다른 금속 알갱이 처럼 보였던 채소에서 줄줄이 새싹이 나온 것이다. 남들은 수확해서 먹을 시기에 이제 떡잎이 나오다니. 몰라도 한참 모르는 주인을 만나 뒤늦게 인사를 하는 아이들. 


애플민트는제법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 심었던 아이들도 죽지 않았는데 이 아이들의 성장속도는 참 느리다. 하지만 죽지 않은 것이 대단하다. 공심채 모종옆에 씨앗을 심어서 새싹이 났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새싹의 줄기를 누가 끊어 놓았다. 먹은게 아니라 정확히 중간을 끊었다. 어떤 놈의 소행이야 하며 주위를 살피는데.. 
얼마전 허브밭에서 발견한 새똥이 보였다. 이 놈들이 며칠전에 허브두둑에서 파티를 하더니 이제는 모종을 잘라먹네. 똥을 흙에 잘 묻어 주었다.  


"그래 거름이라도 되어서 작물에 도움을 주렴"


그렇게 생각을 하고 덮어주는데 이게 웬걸. 세상에 새똥이란 새똥은 다 모여있는듯 별의별 똥이 다있었다. 몇가지 똥을 묘사하자면 회색에 끝이 하얀색 똥, 완전 까만똥, 그리고 새가 눈 똥이 맞나할 정도로 정말 컸던 똥..
왠만한 똥은 다 참을 수 있었으나 아직 잊지 못하는 x가 하나 있다. 전날 양파밭에 할머니들이 수확을 했는데 다음날 허브두둑 옆에 보니 주인 없는 x가 있었다. 그때 충격이란. 그 이후로 수도 없이 다양한 똥을 보며 참기로 했다. 똥이 보이면 흙으로 잘 덮어주었다. 거름이 되어 작물이 잘 자라겠지 하고. 


똥에 대해서 나도 할 말은 없다. 트랙터로 밭을 갈고 처음으로 두둑을 만든 날. 새벽같이 밭에 나왔는데 왠지 배가 아팠다. 근처 주유소 화장실을 갈까 하다가 내 텃밭인데.. 나와 오래갈 인연의 텃밭인데 하며 주인임을 표시했다. 


그런 마음가짐이 동물들에게 전파되었는지 왠갖 새들과 포유류들이 내 텃밭에 똥을 싼다. 이 놈들 잡히기만 해봐라. 내가 이뻐해줄테닷!


텃밭에서 다양한 똥들을 발견하고 놀랐는데 그중에 한 똥.. 어찌나 큰 똥인지. 아마도 새똥은 아닐듯하다.
우리 텃밭에서 제일 잘 자라는 건 아마도 고수가 아닐까.
비온뒤 쌈채소 씨앗에서 떡잎이 나왔다..
어떤 놈이 공심채 새싹의 허리를 분질러 놓았다. 어떤 놈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담벼락연재 - 뽀뇨아빠의텃밭일기1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