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살린 Jan 29. 2023

맥시멀리스트에 기대어 산다

생활비 제로, 용돈은 플러스

     


유튜브는 여기로

https://www.youtube.com/watch?v=faRQGMIf9qQ&t=6s



냉동실을 열어보니 냉동떡과 삶아서 소분해 놓은 나물 등이 있다. 

식탁 위에는 지인이 준 양주가 있고 문밖에는 팔려고 내놓은 중고 책이 있다.

모두 내 주위에 있는 맥시멀리스트가 준 것이다. 


물론 내 수고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머니의 냉장고는 주기적으로 정리를 해주면서 남는 음식이나 재료를 싸 온다. 

양주는 이제는 내게 필요 없어진 스키복이나 물품 등을 주고 지인에게 얻어 온 것이고, 

책은 버릴 책들 중에서 골라 온 것이다.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한 초기에는 집에 물건을 버리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다 보니 물건을 쌓아놓는 사람에 대한 불만도 같이 커졌다. 

행복하자고 시작한 미니멀라이프가 새로운 불화의 싹이 된 것이다. 

또한 내 집 깨끗하자고 쓸 만한 물건을 버리는 것은 또 다른 낭비 같았다. 

결국 다시 필요해서 사들이는 것도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작전을 바꾸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주위 맥시멀리스트들 최대한 활용해 보기로, 




다음은 내가 활용하는 방법이다.

첫 번째는 그릇이다. 

어머니 가 분가 기념으로 그릇세트 2벌을 주셨다. 

내가 20대 초반이었을 때부터 사놓은 것이라, 디자인은 구식이지만 튼튼하고 크기와 종류는 엄청 다양하다. 내 생애 그릇 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 벌은 잘 쓰고 있다. 

또한 필요한 그릇은 주위 맥시멀리스트들 집을 정리를 도와주면서 얻어온다. 

이건 최근에 화병이 필요하던 차에 지인의 창고 구석에 있는 녀석이다. 

주인도 존재를 몰랐던 물건이다.  


두 번째는 나물과 야채다. 

어머니 취미가 나물채취와 말리기여서 우리 집 작은 창고에는 나물이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이 나물들을 활용할 방법들을 전수받거나 개발했다. 

나물밥, 고사리 조기찜, 나물찌개 등, 

나물을 활용해 보니 소박한 식단에 딱 적합한 재료들이다. 

또한 맥시멀리스트들은 식재료를 농수산물시장이나 대형 할인 마트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식재료는 언제나 넘치거나 썩어간다. 

이를 조금 처리해 주면 된다. 

세 번째는 떡이다. 

어머니 냉장고에는 항상 냉동떡이 있다. 

명절 떡이나 모임에서 받아오는 것들을 모두 냉동시킨 것이다. 

이것을 정기적으로 가져와서 간식으로 먹는다. 

노모가 있는 집 냉동고에는 대부분 떡 한 덩어리 이상은 들어있다. 

프라이팬이나 와플기계만 있으면 훌륭한 간식거리가 된다.



네 번째는 책이다. 

맥시멀리스트 중에는 집에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들의  책을 중고서점에 팔고 있다. 인터넷 서점에 바로 팔면 정말 얼마 안 준다. 

그러나 인터넷 서점에 직접 책을 올려서 직거래를 하면 훨씬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다. 

처음에는 내 책 중에 더 이상 읽지 않는 책을 주로 팔았는데 지금은 책 처리 때문에 고민하는 지인들의 책도 팔아주고 있다. 

새해 다짐으로 독서를 하려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1월에는 제법 수익이 높다. 

백수에겐 무척 달콤하다. 

그렇다고 책을 모두 내 집으로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 

지인의 집에서 택배기사가 물건을 가져가도록 설정만 해두면 된다.

다섯 번째는 낡은 물건을 수리하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에 다녀온 후 내 캐리어 바퀴가 하나 고장이 났다. 

바퀴 하나 때문에 캐리어를 버릴 수는 없다. 

그래서 알아보니 바퀴와 바퀴 축만 따로 판다. 

또 베란다에 낡은 앵글 선반을 부속품 몇 개 사서 새로운 앵글로 만들었다. 

버리지 않고 새로 사지도 않고 나만의 스타일로 리뉴얼한 것이다.      

맥시멀리스트들은 인심이 후한 분들이 많다. 

특히 내 주위의 맥시멀리스트들은 타인을 더 많이 품어주고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나누어주시는 분들이다. 

나는 그들의 정리를 도와주고 그들은 나에게 생활용품을 나누어준다. 

그들 덕에 나의 백수 생활이 그리 초라하지 않다. 


나는 맥시멀리스트에 기대어 산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박한 밥상이 주는 혜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