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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see Dec 11. 2016

언제까지 해야 할까?

언론고시 그 시작과 끝

지금은 아직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수습 신분이다. 다음 주부터 동기 3명이 각 부서 하나씩을 맡아 아이템을 찾고 관련 기사를 각자 하루에 하나씩 쓰기로 했다. 출근시간도 더 빡세 졌다. 새벽같이 일어나고 저녁을 넘어서 퇴근하는 일과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부였다면 뭐 더 피곤하고 힘든 생활이 이어지겠지. 분야를 떠나서 이 직업은 매우 피곤하고 힘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노가다를 뛰는 느낌이 드는 그런 직업이다. 체력적인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분명 온다. 선배들을 보면 그렇다. 그럼에도 불만을 터트릴 수 없는 이유는? '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오직 그 이유 하나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니깐. 할 말이 없게 만드는 것이다. 나 스스로를. 그래서 우리는 그토록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려는 지도 모른다. 설사 원하는 그것이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를지라도 스스로 선택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지 않은 일을 하게 됐는데, 그것이 힘들기까지 하다면 감당할 자신이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래서 언제까지 이 지난한 스터디를 이어가야 하는가?

그래서 언제까지 매일매일 반복되는 이 신문을 읽고 정리해야 하는가?

요즘은 읽을 것도 없는데 말이다.

내가 최순실 이름 석자 매일 보려고 기자를 준비하고 있나 자괴감이 들 뿐이고...


5년간 준비하며 내가 내린 답은 스스로가 체감할 때가 온다는 것이다.

최근 아랑에 들어가 보니 참 힘들어하는 글이 많이 보였다. "또 서류 탈락, 면접 탈락, 면접 고자 아닌가요?, 왜 방송만 가면 이렇게 떨어지는지.., KBS는 대체 언제 뜨나요?, 이렇게 올해가 가는 건가... 내년에 27인데 힘든가요?"


미련하게 들리겠지만 난 28살이 될 때까지도 두려움이 없었다. 28살이면 괜찮다고 나 스스로 생각했고, 빨리 돼야 하는데 라는 조급함이 없었다. (그래서 2년이 더 걸렸을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한국사회에서, 그것도 여. 자. 가.


이 불안함이라는 것은 때로는 약이 되기도,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약이 될 때는 내가 게으르고 다소 느긋해서 지금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을 때, 불안함이 가세하면 그 일들을 빨리 하게 만든다. 이럴 땐 약이 된다. 그러나 독이 될 때가 있다. 이미 기본은 충분한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이 불안함은 나를 더 옥죄어오고 결국 자포자기하게 만든다.


29살이었을 때, 나와 동갑이었던 언시 준비생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했다.


"진짜 올해가 마지막이야..."

"올해도 안 되면 어떡하지?"

"우리 될 수 있다고 생각하자"


그렇게 같이 준비했던 A는 다른 길로 빠졌고, B와 C는 아직 준비 중인데 B는 PD를 준비하다가 결국 문턱이 너무 높자 기자를 같이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C는 1년 간 소식이 없더니 외적인 변신을 시도하면서 삼사 방송사 중 한 곳에 최종을 갔다 오는 결과물을 얻었다. 최종만 갔다는 것이니 합격은 못했다는 뜻이다. B와 C는 아직 준비 중이다. 그리고 그들보다 최소 1년은 먼저 공부해왔던 나는 작은 언론사 기자가 되었다.


A를 보면 알겠지만 이 준비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 가는 본인이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나는 충분히 일찍 그만둘 수도 있었지만 그 포기의 기준이 '내가 충분히 만족스럽게 준비를 했느냐'였다. 나는 5년 동안 그러지 못했기에 포기를 못하고 있었다. A의 경우 실력도 좋고, 유명한 언론사를 PD, 기자 할 것 없이 고차 면접까지 갔다 오는 친구였다. KBS PD 필기를 3번 통과해서 면접을 3번 봤다면 뭐 실력은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 친구는 자신이 충분히 노력했는데도 안 되는 것을 깨닫고 길을 틀었다. 한 마디로 '이 정도면 됐다'는 느낌이었을 거다. 정리하면, 내가 충분히 하지 못했다면 포기가 안 되고, 내가 충분히 했다면 포기가 되는 거이다.


마지막의 경우가 있다. 충분히 하지 않았는데 더는 못하겠는 경우가 온다. 자기 실력이 부족함을 절감하는 경우다. 만약 1~2년 준비해서 이를 빨리 깨닫는다면 그나마 인생 손실이 덜하겠지만 3년 아니 그 이상을 준비해서 자신의 실력 부족을 깨닫는 다면 꽤나 큰 인생의 위기가 찾아온다. 이 경우 어디라도 괜찮은 곳에 되면 다행이지만(나의 경우), 그렇지 못하고 나이만 먹었을 경우엔 참 크나큰 괴로움에 직면하게 된다. 수년간 고시 준비했는데, 결국엔 못 붙고 나이 먹은 경우와 같다. 본인 실력이 부족하고 그것을 상쇄해도 나이 때문에 막히는 지경까지 오게 되면 정말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작정 준비하라고는 못하겠다. 기자를 1년에 뽑아 봤자 100명이 되지 않으며, 지원자는 1500명이 넘는 상황이다. 나도 내가 지금 다니는 이곳에 합격하지 못했다면 지금 이 겨울을 어찌 보내고 있었을지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력 파악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내 실력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내 스펙과 내 성향과 내 성격에 맞는 회사가 어디인지 빠르게 파악해 그곳만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 언론고시는 통합된 체제가 아니다. 회사마다 전혀 다른 100개의 시험 스타일이 존재한다. 대학 중하위권인데 매경은 떨어지고 KBS는 붙을 수도 있다. 내가 실력이 없어서 매경에 떨어진 것이다 아니다. 매경이랑 맞지 않을 뿐이다. 이런 곳은 과감하게 시험, 서류 경험이고 뭐고 안 쓰는 게 답이다. 그 시간에 상식 하나를 더 봐라. 나랑 맞는 곳을 찾아라. 그게 준비기간을 줄이는 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또 한 해가 가고... 2017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수요일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는 선배와 커피 한 잔을 들고 여의도를 산책했다. 걷는 데 저 멀리 KBS가 보였다. 아 작년 이맘때 3차 면접 보려고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여의도를 돌아다녔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선배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저 멀리 KBS를 바라보고 있는 나라니. 선배에게 문득 1년 만에 참 많은 게 바뀌었다는 문학적 감상 멘트를 던졌다. 10살이나 어린 후배의 멘트에 선배는 기도 안 찼겠지만 ㅋㅋㅋ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것이 맞다. 그 알 수 미래를 최대한 알 수 있게끔 하는 것은 하루, 한 시간, 1분, 1초를 채워 나가는 나의 어떤 행동들이다. 최대한 알 수 있게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Go or Stop 이냐는 선택은 본인의 마음이 말해주는 때가 올 것이다. 그 판단은 지금 내가 처한 모든 상황들(나이, 가족, 환경, 기타 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뭐 때로는 나처럼 그 모든 상황들이 비루함에도 끝까지 던지는 사람도 있다.

"요즘 프리터족이 유행이라는데, 안 되면 카페 알바라도 하지 뭐"라는 심정으로...


그래서 결론은 도박이라는 거냐 물으시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부디 상처받지는 말라는 뜻이다.


왜냐고?


내가 선택한 거니깐.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나는 감내할 수 있다고 믿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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