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rasee Jan 12. 2017

한터, 김창석 기자 수업

이제는 필수코스가 된 듯한... ?

내가 한겨레문화센터 김창석 기자의 글쓰기 수업을 들었던 것은 2013년 3월이었다.


늘 매진을 자랑하는 창석샘 수업  (출처:한겨레문화센터홈페이지)


2012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1년 동안 혼자 글을 써보고 이 수업을 들은 것이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붙고 싶어서' 여기에 가면 좀 더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합격의 길을 밟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800,000원이라는 수강료를 지불하고 교재비까지 얹은 거금을 너무나도 당당하게 부모님에게 요구했었다.


이때 나는 이미 필기 합격 전력이 있었다. 디지털타임스가 내게 첫 필합 경험을 준 곳이었다. 그리고 부산 MBC도 합격을 했었다. 두 번의 필합 경력을 갖고 이 학원 수업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괜히 들었다' 싶었다. 60명의 수강생들이 동시에 같은 주제로 글을 쓰고 평가를 받다 보면 내 글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가능했다. 나는 분명 중상 정도였다고 자체 파악했다. 김창석 샘의 이런저런 세세한 지적들이 있었지만 솔직히 받아들이지를 못했던 것 같다. 단순한 문장 표현이라기보단 생각의 연결 고리(논리)에 대한 지적이었고 내 배경지식으로 그를 이해하긴 힘들었다. 물론 선생님의 경력이나 경험으로 보아 내 이해력이 부족했다는 걸로 결론 내야겠지만 그때만 해도 나는 당당하게 선생님과 나의 '관점 차이'로 단정 지었다. 지금도 약간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지금은 어떤 교육과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다닐 때만 해도 커리큘럼은 매우 단순했다.

1. 첫날 오리엔테이션 (자기소개만 하고 끝난다)

2. 이후 논술 수업 (3주 동안? 이어진다)

3. 작문 수업(3주 동안? 이어진다)

4. 실무평가 (주제 하나를 내주고 직접 현장 취재해 기사를 써보는 방식이다. 이 커리큘럼을 참여하는 수강생들은 별로 없었다. 이미 수업 끝물이라 빠지는 인원이 많아서 ㅋㅋㅋ 나는 현장 취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참여하지 않았었다ㅠ )

+ 수강생은 피디와 기자, 아나운서를 가리지 않는다. 모든 직군들이 모여 글을 쓰고 첨삭을 받는다.


기자의 경우 물론 '논술 수업'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작문까지.


1. 이 수업을 들을 때 내가 느낀 문제점은 직군을 구별해서 글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솔직히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피디와 아나운서의 논술과 기자의 논술은 차이가 좀 있다. 물론 피디 지망생 중에서도 논술을 잘 쓰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각 직군이 집중하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 스터디 모집할 때도 직군을 한정해서 기자면 기자, 아나운서면 아나끼리 모여 스터디를 진행한다. 솔직히 전 직군이 다 모이다 보니 글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2. 같은 기자 지망생이어도 실력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나처럼 1년간 혼자 쓰고 온 사람도 있었지만 처음 한터 수업을 들으면서 글을 쓰는 사람도 있었다. 반대로 3년 정도 준비한 장수생이 수업을 듣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격차가 크다 보니 솔직히 어느 글의 첨삭은 안 들어도 되겠다 싶은 적도 있다.


3. 인원수가 너무 많다. 지금은 정원을 44명으로 줄여놨던데... 나 때만 해도 60명이 넘게 수업을 들었다. 당연히  수업은 오후 1시에 시작했지만 기본 시간을 넘어서서 저녁 7시, 8시에 끝나기 일쑤였다. 오래 하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글을 읽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딱히 보지 않아도 되는 피디 작문, 아나운서 작문까지 봐야 하는 경우가 있어 종종 시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좋은 점도 있다. 처음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논술'이란 이런 것이구나 바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 고만고만한 스터디에 들어가면 시행착오라는 것이 있어서 좋은 글을 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가 있는데, 이 수업을 들으면 수강생 중 한 두 명은 꼭 좋은 글을 쓰기 때문에 바로 좋은 글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다. 그리고 수업이 엄청 힘들어서, 이 수업을 들으면서 학교 수업을 병행한다든지, 인턴을 한다든지, 심지어 언시 스터디를 병행한다든지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나는 이때 오로지 수업만 들었음에도 과제를 다 못 해갈 때도 많았다. 여러모로 스파르타식으로 언시를 준비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과정이다.


실제로 이 수업의 결과물은 매우 화려하다. 창석샘 수강신청 홈페이지를 보면 연도별 입사자 명단이 쭈욱 나열되어 있다. 실로 어머어마하다. KBS부터 저 멀리 지방 언론사까지. 전국에서 창석샘 제자들이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효과가 없다고는 말 못 한다.  


다만, 어느 정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솔직히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스터디를 바꿔가며 다양한 스터디원을 만나보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는 더 효율적인 것 같다. 또 피디나 아나운서의 경우에도 그렇다. 사실 창석샘은 기자 출신이기 때문에 논술 비중이 더 큰 느낌을 받았다. 다양한 스터디원들의 생각을 경험하는 것이 SBS 같은 특이한 주제의 피디 작문을 합격할 수 있는 더 좋은 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에겐 추천한다!


1. 언시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  

2. 1년 동안 단 한 번도 필합 하지 못한 사람  

3. 뭘 더 열심히 해야 할지 모르겠는 장수생


1번에겐 언시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2번에겐 좋은 글을 보지 못한 경험 부족을 채울 수 있어서 좋고, 3번에게는 기분전환(?) 또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글'에 대한 고민은 언시생에게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합격하면 끝나느냐.. 아니다. 현직까지 이어진다.

많이 쓰는 양치기는 한계가 있다. 내 글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논리성을 최대한 담보하는 작업, 그를 위한 기본 배경지식 쌓기, 타인의 조언 귀담아듣기 등 많은 과정들이 수반돼야 한다. 한터 수업은 그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다. 여길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는 본인의 선택이다. 참고로 여기 안 다녀도 현직으로 활동하는 사람을 나는 수없이 봐왔다. 물론 다니고 나서 현직이 된 사람도 있다. 적어도 한터 수업을 안 들어서 내가 기자가 안 되나.. 하는 생각은 전혀 할 필요 없다는 뜻이다.


내 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먼저 해보자.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한 글자를 미친 듯이 쪼개고 분석해보자. 하나의 주제로 글을 썼다면 관련된 모든 사설, 신문기사, 블로그 글, 구글링 등을 통해 다 읽어보자. 내 글의 허점이 보일 것이다. 이 작업 먼저 한 다음에 안 되면 한터를 가시라. 위에 내가 적은 과정들은 한터 가도 해야 되는 기본 작업이니깐.


80만 원 굳이 안 써도 됐었을 거 같아 쓰는 글이다. 부모님껜 죄송한 마음이다.


하루라도 빨리 합격하고픈 언시 준비생들이 공감하길 바라며


그나저나 조선일보 인턴 글 썼더니 조회수가 전날보다 6배가량 뛰었다. 그래 봤자 몇백이지만

나에겐 내 나름의 경험을 풀기 위해 만든 이 공간에 적은 분들이라도 찾아주는 것이 참 감격스러운 일이다.

어쨌든 여기에 적는 모든 글들은 그 누구에게라도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작가의 이전글 조선일보 인턴기자 이야기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