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 4 파적불후破積不朽 - 리더는 창과 방패를 동시에 든다
"임기 2년, 계획 3년... 이 지독한 엇박자의 함정"
공동주택의 리더들이 장기수선계획서(이하 장기수선 / 장기수선충당금, 이하 장충금)를 처음 펼쳤을 때 마주하는 당혹감은 대개 비슷하다. 입주자대표회의의(이하 입대의) 임기는 2년인데, 계획의 정기조정 주기는 3년이라는 이 구조적 '엇박자'가 모든 행정적 태만의 근원이다. 리더들의 임기 2년은 장기수선이라는 거대한 시간의 축에서는 찰나에 불과하고, 그 짧은 임기 동안 자신들이 책임지지 않을 '미래의 공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리더는 드물다. 결국, 3년마다 돌아오는 정기조정은 관리주체가 과태료를 피하기 위해 전 입대의의 데이터를 복사해 붙여 넣는 식의 '유령 행정'으로 전락하고 만다.
"소장님, 내년에 변압기 교체 예산이 왜 0원입니까? 지난 입대의에서 정기조정할 때 뭘 본 거죠?" 리더의 물음에 소장은 힘없이 답한다. "그때는 다들 자기 임기 공사 챙기느라 바빴거든요. 3년 뒤 일은 다음 대 몫이라고 생각하신 거죠." 이 무책임한 방치는 결국 관리업체가 짜주는 대로, 혹은 소장이 내미는 서류에 기계적으로 도장을 찍는 '거수기 리더십'을 양산한다. 리더들이 이 시스템의 함정을 깨닫지 못할 때, 장기수선계획은 단지의 자산을 지키는 설계도가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좀먹는 시한폭탄이 된다. [1]
"꼴통녀 가라사대, '이건 명백한 약탈이야!'"
단지의 노후화를 더는 방치할 수 없어 리더들이 '수시조정'이라는 칼을 빼 드는 순간, 온라인 커뮤니티는 꼴통녀의 독설로 들끓는다. "여러분, 또 시작이네요! 우리 돈으로 자기들 치적 쌓고 업체랑 짜고 뒷돈 챙기려는 수시조정, 절대 반대 클릭하세요!" 그녀에게 장충금은 공동의 자산 보존을 위한 적립금이 아니라, 언제든 리더들이 탈취해갈 수 있는 '소유자의 주머니'일뿐이다. 그녀의 선동은 논리가 아닌 공포에 기반하며, 이 공포는 순식간에 군중심리를 장악하여 정당한 행정 절차를 '약탈'의 프레임으로 가둬버린다.
여기에 확성기가 기름을 붓는다. 그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는 주민마다 붙잡고 유언비어를 유포한다. "들었어? 이번에 승강기 공사 총액이 수억이라던데, 그거 사실 절반은 뒷돈이라네! 우리 리더들이 장충금을 아주 쌈짓돈처럼 생각하고 있어." 확성기의 목소리를 통해 증폭된 의혹은 사실 확인을 생략하고 곧바로 '확신'으로 굳어진다.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위해 우선순위를 조정하려는 리더들의 노력은 어느덧 주민의 재산을 탐하는 도둑질로 치부되고, 단지는 공공의 이익보다는 서로에 대한 불신이 지배하는 전쟁터가 된다.
"전직 임원의 저주, '나도 해 먹어 봐서 아는데'"
갈등의 한복판에는 과거에 실제로 장충금을 전용해 본 경험이 있는 전직 임원 얇은귀가 버티고 서 있다. "허허, 대표들. 내가 예전에 임원 해봐서 잘 아는데, 수시조정 이거 보통 수법 아니면 시도조차 안 하는 거야. 자네들도 업체랑 이미 얘기 다 끝난 거 아냐?" 그는 자신의 과거 비리 행위를 현재 리더들의 거울로 삼아, 모든 이성적인 제안을 '잠재적 범죄의 밑그림'으로 해석한다. 비리를 저질러 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그 기괴한 확신은 주민들에게 "전직 대표가 저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문제가 있다"는 강력한 오해의 근거를 제공한다.
얇은귀의 존재는 리더들에게 가장 큰 심리적 장벽이다. 리더들이 밤새워 분석한 노후 설비 리스트와 비용 절감 데이터는 얇은귀의 오염된 경험담 한마디에 그 가치를 잃는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 공사비 부풀리기 아주 쉽거든." 이 한마디는 주민들의 불안을 광기 어린 의심으로 바꾸고, 리더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사퇴를 종용하는 근거가 된다. 비리 전문가의 투영은 정당한 리더십을 마비시키고, 단지를 식물 상태로 몰아넣어 결국 설비 노후화라는 거대한 재앙을 불러온다. [2]
"도장 함부로 찍으면 바로 단두대행이다"
"소유자의 허락 없는 수선은 명백한 약탈입니다. 그래서 법은 이토록 잔인할 만큼 엄격한 것이죠." 리더들이 법령집을 펼치며 마주하는 「공동주택관리법」 제29조 제3항은 '입주자(소유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라는 철벽 같은 방패를 세워두었다. 이는 세입자를 포함한 '입주자 등'이 아닌, 실제 자산의 주인인 '소유자'에게 직접 허락을 구하라는 준엄한 절차적 정의의 발현이다. 이 방패를 뚫고 공사를 강행하려는 욕심은 곧바로 리더를 파멸로 이끄는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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