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 4 파적불후破積不朽 - 리더는 창과 방패를 동시에 든다
안 하려고 마음먹은 자의 수천 가지 핑계 (정 소장 / 이욱 감사)
"소장님, 집행 비용 500만 원 이하는 결재라인 전결로 처리해도 된다는 규정이 어느 법령에 있습니까? 관례라는 이름으로 입대의 의결을 패싱 하는 건 명백한 월권입니다." 이욱 감사가 서류 뭉치를 툭툭 치며 물었다. 정 소장은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아이고, 감사님. 현장이라는 게 전쟁터 아닙니까. 부품 하나 사는데 일일이 회의 소집하고 의결 기다리면 아파트 기능 마비됩니다. 이건 긴급 수선이라 사후 추인받으려 했던 겁니다."
정 소장의 머릿속은 분주하게 돌아갔다. (사후 추인? 의결이 나도 내가 지금은 승인 시점이 '적절한 때'가 아니라고 버티면 그만이지. 계절 지나면 어차피 못 하는 공사인데 뭘 저리 빡빡하게 구나.) 실행의 주체인 관리실이 마음만 먹으면 법과 규약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생업에 바쁜 동대표들은 그저 소장의 "경험상 지금은 어렵다"는 한마디에 뻔히 알면서도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기업 감사 출신의 이욱 감사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소장님, '운영의 묘'라는 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부리는 거지, 법을 넘어서는 건 독단입니다. 장충금 중 소액지출예산으로 연간 수천만 원을 관례적으로 정해놓고 소장님 전결로 쪼개서 집행한 건, 둑에 구멍을 내는 행위입니다." [1]
9개월의 유령 세금계산서와 감사의 침묵 (이욱 감사 / 멍 감사)
입대의 미구성 기간은 정 소장에게는 그야말로 무법천지였다. 이욱 감사는 전임 회장의 명의로 9개월 동안이나 세금계산서가 발행된 기록을 찾아내고 경악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아무리 회장 직무대행체제라도 어떻게 전임 회장 이름으로 수십 건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있죠? 멍 감사님도 같이 서명하신 거 아닙니까?"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오직 자리 욕심에 감사를 맡았던 멍 감사가 헛기침을 하며 눈을 피했다. "아니 뭐... 소장님이 알아서 잘하겠거니 했지.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소? 나야 뭐 경력도 없고 해서..."
멍 감사의 대답에 이욱 감사는 헛웃음이 나왔다. (이래서 공동주택 감사가 기업보다 중요하다는 거다. 인정에 끌리고 관계에 휘둘리는 순간, 감사는 거대한 구멍을 방치하는 공범이 된다.) 의결 정족수 부족을 핑계로 담당 임원의 결재도 없이 회장 직무대행의 전결로 처리된 수십 건의 명세서들. 그것은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감사의 공백을 충분히 인지하고 벌인 조직적인 탈선이었다. [2] 공동주택은 인간관계와 인정이 법보다 앞서기 쉬운 구조이기에, 감사마저 예외 없는 적용을 포기하면 단지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소방 공사의 마법: 장기수선충당금(이하, 장충금) 계정의 연금술 (박규 이사 / 관리 과장)
"과장님, 소방 점검 결과가 나왔다고 1년에 두 차례나 각각 수천만 원의 공사를 진행하면서, 왜 소장님이 직접 계약을 한 겁니까? 그리고 장충금 계정의 수리 부품비가 전체의 50%가 넘는데 왜 장충금이 아닌 일반수선비로 처리했죠?" 박 이사의 질문에 관리 과장은 땀을 닦으며 장 소장의 눈치를 보았다. "그게... 소방은 긴급 안전점검 사항이라... 회장 직무대행님 전결로 다 승인받은 겁니다." 옆에서 정 소장이 방백을 뱉었다. (수백만 원짜리 소방 공사는 직무대행한테 도장받아놓고, 정작 수천만 원짜리 큰 건은 내 마음대로 주물러야 뒷맛이 깔끔하지.)
이것은 정교하게 설계된 '계정의 연금술'이었다. 장기수선계획 일정에도 없는 공사를 '안전'이라는 방패를 내세워 끼워 넣고, 회계상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할 장충금을 일반수선비로 녹여내어 감시의 눈을 피했다. 박규 이사는 분노했다. "이건 자산 가치를 훼손하는 배임입니다. 소액 결제는 직무대행에게 떠넘겨 책임 회피용으로 쓰고, 거액의 계약은 직접 쥐고 흔들다니요. 우리 주민들의 관리비가 쌈짓돈입니까?" 효과적 이타주의(EA) 관점에서 볼 때, 이는 공동체 자원의 최악의 비효율적 사용이자 도덕적 해이의 결정판이었다. [3]
퇴직 연차수당의 단두대: 감정이라는 코끼리의 폭주 (정 소장 / 관리 과장)
정 소장이 퇴직을 앞두고 관리 과장과 공모하여 퇴직 연차수당 일부를 부당 수령한 사실이 드러나자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소장님, 법적 근거도 없이 어떻게 이 금액을 스스로 인출합니까?" 이욱 감사의 추궁에 정 소장은 갑자기 책상을 쾅 치며 일어났다. "이보세요! 내가 이 아파트를 위해 2년 동안 몸 바쳐 일했는데, 고작 이 수당 몇 푼 가지고 나를 범죄자 취급합니까? 이거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