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함정에 빠지지 마라!

CH 4 파적불후破積不朽 - 리더는 창과 방패를 동시에 든다

by 관계학 서설 II

동대표가 반드시 알아야 할 7가지 법·령·준칙

1. 계약 주체의 분리와 책임의 경계 2. 관리업체 선정과 재계약의 민주적 절차 3. 대의기구의 구성과 의결의 정당성 4. 감사의 서슬 퍼런 칼날: 정기 및 특별 감사 5. 소유자의 절대 권한: 장기수선계획 수시 조정 6. 선임과 해임의 엄격한 룰: 범칙금과 의무조항 7. 개인정보보호와 민원 처리의 투명성


두뇌가 멈춘 아파트, 전횡의 서막 (상황 설정: 장 소장 vs 박규 환경이사)

공동주택의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는 단지의 헌법기관이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두뇌다. 그러나 이 두뇌는 ‘의결정족수’라는 숫자의 마법에 걸리는 순간 순식간에 식물 상태로 전락한다. "박 이사님, 오늘 출석 인원이 또 모자랍니다. 규약상 의결정족수 미달이니 회의는 자동 휴회입니다." 관리소장 장 씨의 목소리에는 감출 수 없는 안도감이 서려 있었다.

아파트관계학-나만 있고 '우리'는 없다. https://www.youtube.com/@aptrelationshipstudies

박규 환경이사는 서류를 내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장 소장님, 정족수 미달이라고 해서 관리실의 모든 집행이 멈춰도 된다는 뜻은 아니잖습니까? 벌써 몇 달째입니까?" 박 이사가 쏘아붙였지만, 장 소장은 여유로웠다. 그는 관리 과장과 공모하여 감시가 사라진 공백을 틈타 퇴직금과 연차 수당을 부당하게 수령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입대의 임기 절반이 공백인 점을 악용해, 연 2회 실시해야 할 지하주차장 청소 등 정기 용역의 대부분을 해태(懈怠)하고는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단지의 자산을 갉아먹고 있었다. [1]


고지식한 원칙론자의 이중 칼날 (인물 묘사: '법대로' 동대표)

회의실 상석 근처에서 '법대로' 동대표가 낡은 법전의 특정 페이지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훈수를 둔다. "박 이사님, 선관위 규정을 똑바로 보셔야죠. 임원 선거를 '실시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지 '해야 한다'고는 안 했습니다. 지금처럼 후보 검증이 안 된 상태에서 서두르는 게 오히려 법 위반 아닙니까?" 그는 안경 너머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에게 의결정족수는 합리적 결정을 위한 보루가 아니라, 입대의를 무력화하여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결론을 끌어내기 위한 '인질극'의 도구였다. 안건이 자신의 뜻과 다르게 흐를 기미가 보이면 그는 가차 없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런 비민주적인 회의에는 동참할 수 없습니다. 저 사퇴하겠습니다!" 그가 나가는 순간 의결 정족수는 무너졌고, 회의실에는 적막과 분노만이 남았다. (숫자가 모자라면 당신이 아무리 대단한 설계를 가져와도 종이 찌꺼기에 불과해.) 시스템을 수호해야 할 법리가 시스템을 파괴하는 창으로 돌변한 순간이었다.


빅마우스의 근시안과 숲을 보지 못하는 나무들 (갈등 양상: 입주민 세력)

단지 내 이른바 '빅마우스'라 불리는 세력들은 겉으로는 정의와 공익을 부르짖었으나, 그들의 시선은 오직 제 밥그릇의 크기에만 머물러 있었다. "관리소장이 뭘 하든 말든, 우리 동 엘리베이터 수리비나 빨리 승인해 달라고요!" 한 입주민이 회의장 문을 박차고 들어와 고함을 질렀다. 그들에게 입대의의 정상적인 구성은 먼 나라 이야기였고, 오로지 당장 눈앞의 민원 해결만이 지상 과제였다.


이들은 숲 전체가 불타고 있음에도 제 집 앞마당의 잡초만 걱정하는 근시안적 병폐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특정 세력과 결합한 일부 주민들은 "리더들이 너무 까다롭게 법을 따지니까 아파트 행정이 안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여론을 호도하기까지 했다. "이사님, 적당히 소장님 하고 타협해서 도장 찍어주세요. 그래야 우리 동 공사도 시작하죠." 공익이라는 탈을 쓴 사익의 요구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2] 입대의 의결정종수 미구성이라는 18개월간의 암흑기는 시스템의 붕괴를 방조하고 사익에 몰입한 공동체의 침묵이 만든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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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속에서 '여유와 감성'을 잊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35여년간 홍보, 마케팅, 브랜딩 분야에서 일을 했습니다. 말.글 그리고 그림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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