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이의(異議), 과반의 결단으로 완결하자!"

CH 4 파적불후破積不朽 - 리더는 창과 방패를 동시에 든다

by 관계학 서설 II

동대표가 반드시 알아야 할 7가지 법·령·준칙

1. 계약 주체의 분리와 책임의 경계 2. 관리업체 선정과 재계약의 민주적 절차 3. 대의기구의 구성과 의결의 정당성 4. 감사의 서슬 퍼런 칼날: 정기 및 특별 감사 5. 소유자의 절대 권한: 장기수선계획 수시 조정 6. 선임과 해임의 엄격한 룰: 범칙금과 의무조항 7. 개인정보보호와 민원 처리의 투명성


"선동의 불꽃이 번지기 전, 과반수의 방화벽을 세워야 합니다" (의심왕 선관위원 / 법대로 동대표)

단지 게시판에 '재계약 찬반 및 만족도 조사' 전자투표 공고가 붙자마자, '의심왕' 선관위원은 그 옆에 '관리업체 교체 촉구 서명부'를 나란히 붙였다. 그는 투표를 독려하는 관리직원들을 향해 삿대질하며 외쳤다. "이봐요! 입대의가 하는 주민 전자투표는 그냥 자기들끼리 하는 잔치 아닙니까? 「선정지침」 제4조 제3항에 명시된 1/10 이의제기가 접수되는 순간, 저 투표 결과가 찬성 100%라도 무조건 입찰로 가야 하는 겁니다! 법은 소수의 정당한 분노를 보호하니까요!"


‘법대로’ 동대표는 창밖으로 서명지를 돌리는 의심왕을 보며 차분히 전자투표 현황판을 새로고침했다. "소장님, 저분은 지금 큰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1/10의 권리가 '창'이라면, 제4조 제5항의 과반수 결정은 그 모든 창을 무력화하는 '성벽'이라는 사실을요. 우리는 단순히 만족도를 묻는 게 아니라, 저들의 선동이 시작되기 전 '과반수의 확정적 결단'이라는 법적 쐐기를 먼저 박으려는 것입니다. 소음이 커지기 전에 침묵하는 다수의 진의를 법령의 이름으로 선점하는 것이 리더의 전략입니다." [1]

"왕이 바뀌면 도승지도 바뀌는 게 아파트의 상도라니요?" (의심왕 선관위원 / 나몰라 소장)

새로운 기수의 입대의 임기가 시작되자 단지는 묘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의심왕’ 선관위원은 게시판 앞에 서서 수군거리는 주민들에게 불을 지폈다. "이번 회장님, 전임 소장이랑 앙숙이라면서요? 벌써 관리업체 바꾼다는 소문이 파다해요. 기업 사장 바뀌면 운전기사와 비서부터 임원진까지 다 물갈이한다더니, 아파트도 똑같구먼. 사람이 바뀌어야 비리가 안 쌓인다는 게 리더들 지론이라나 뭐라나." 나몰라 소장은 씁쓸하게 짐을 정리하며 방백을 뱉었다. "(내 속도 모르고...) 이게 다 2년마다 반복되는 회전목마 아닙니까. 아무리 일을 잘해도 리더 코드가 안 맞으면 ‘적폐’가 되는 거고, 새로 오는 소장은 또 2년 동안 새 리더 비위 맞추느라 원점에서 아부나 떨겠죠. 단지 관리는 누가 합니까?"


기업의 비서실처럼 취급받는 관리소장의 처지는 아파트 거버넌스의 비극이다. 2년 임기가 끝나면 감시 체계는 원점으로 리셋되고, 관리주체는 그 공백기를 이용해 전임자와의 유착을 숨기거나 후임자에게 과도한 충성을 맹세하며 실무적 결함을 덮는다. "시스템은 사라지고 ‘사람의 줄’만 남는 이 2년 주기 리셋의 함정을 업체들이 얼마나 교묘하게 이용하는지 리더들은 알고 있을까요?" 나몰라 소장의 자조 섞인 말은 단지 내부에 깊게 뿌리 박힌 불신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었다. 관리업체 변경이 관리의 질 개선이 아닌 ‘정치적 숙청’의 도구로 전락하는 순간, 공동체의 자산 가치는 소리 없이 무너진다. [2]


"샌드위치 소장의 비극: 2년마다 갈아치우는 영혼의 단두대" (나몰라 소장 / 방백)

(나몰라 소장의 속마음: "전국 대부분의 아파트가 관리업체 계약을 2년으로 묶어둔 건 리더들의 통제 욕심 때문이다. 하지만 그 2년이 나에게는 영혼을 갉아먹는 단두대였다.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나는 업무가 아니라 '정치'를 시작해야 했다. 회장님의 기색을 살피고, 반대파 동대표들의 비위를 맞추며, 혹시라도 내 목을 칠 '1/10 서명'이 돌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삶. 이런 상황에서 어떤 소장이 장기적인 시설 보존을 고민하겠는가? 그저 내 임기 중에 사고만 안 나면 그만이고, 서류상 문제만 없으면 된다는 비겁한 '운영의 묘'가 내 유일한 생존 전략이 된 이유다.")

(나몰라 소장의 속마음: "리더들은 2년마다 업체를 바꾸면 단지가 깨끗해질 거라 믿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업체가 바뀔 때마다 인계인수는 누락되고, 시설물의 이력은 끊기며, 새로운 소장은 전임자의 실수를 덮어주는 대가로 새로운 유착을 시작한다. 결국 2년 주기 계약은 단지 관리의 연속성을 끊어놓는 거대한 가위일 뿐이다. 나는 늘 샌드위치처럼 끼여서, 이쪽저쪽 눈치만 보다가 퇴근하는 유령 같은 존재였다. 나를 ‘나몰라’라고 부르는 건 주민들이지만, 나를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로 만든 건 2년마다 도승지를 갈아치우는 이 잔인한 아파트의 관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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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속에서 '여유와 감성'을 잊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35여년간 홍보, 마케팅, 브랜딩 분야에서 일을 했습니다. 말.글 그리고 그림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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