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대혼란>, 키티 크라우더 글그림
늘 “청소해야지”라는 말을 달고 사는 나에게 잠시 생각을 해보라고 다가온 책처럼 느껴졌다.
맞다. 나는 그림책 속에 실바니아처럼 매일매일 청소를 하느라 바쁘고, 청소뿐만 아니라 다른 할 일들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이런 내가 부지런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뿌듯하다가도, 버거운 일상 속에서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에 대한 생각도 종종 하곤 한다.
특히 아직 아이들이 어리기에 청소를 해도 깨끗한 순간은 잠깐이며, 오히려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고 예민한 모습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를 열심히 하는 것뿐이지 요령 있게, 센스 있게 잘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에게 ‘나는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야기하고 집으로 초대를 하면 부끄럽기도하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뿐이지 잘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나의 모습을 이제까지 거부하거나 변화하려 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이런 태도를 일관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게 바로 나다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삶에 이미 익숙해진 나는 불편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고, 불편함을 극복하는 법을 안다. 아이들이 다시 어지를지라도 잠시라도 깨끗한 순간을 즐기기 위해 청소를 한다고 생각하며, 잠시 아이들에게 예민한 모습으로 대할지라도 다시 깨끗한 환경이라면 더 즐겁게 놀아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림책에서 실바니아가 마음에 쓰였다. 매일 청소를 하느라 바쁘고, 1000가지 넘는 할 일로 늘 바쁘기만 하다. 하지만 이런 삶에 대해 과연 누가 공감을 해주고, 이해를 해주고, 응원을 해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청소를 중심으로 이야기했지만, 실바니아의 성격이라면 모든 일들에 대해 일을 벌이고 시작하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내가 그렇듯 말이다.
실바니아가 창고 한켠에 짐을 잔뜩 쌓아 둔 것처럼 ‘완벽’이라는 단어와 거리는 멀어도 바쁜 것 자체를 당연시하고 즐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라면 더 즐겁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더 에너지도 생기도 재미있다.
또한 내 생각과 태도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더 신이 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물론 에밀리엔, 미크, 실바니아 셋은 좋은 친구겠지만, 너무 다른 성향의 셋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셋의 우정 역시 좋고, 서로의 다른 점을 보고 느끼고 자극받는 것도 좋지만, 각자 자신과 비슷한 친구를 만나서 편안함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