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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모카봉봉 May 05. 2024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못해도 괜찮아

삽질해도 괜찮아, 결국 의미있는 일이 될테니까


제가 대가들과 조금 깊이 이야기를 나눠본 경험이 있는데,
대가인데 이런 것도 모르나 싶을 만큼 그분들에게도 구멍이 있어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있다고 봅니다.
대가는 능력이 출중해서 하나씩 모두 쌓아가며 지금의 자리로 올라갔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분들도 꼭 완벽하지 않다는제 나름의 확신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공부의 구성요소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젊은 친구들,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어차피 조금은 엉성한 구조로 가는 게 낫다.
이런 것에 덤벼들고 저런 것에 덤벼들면,
이쪽은 엉성해도 저쪽에서 깊게 공부하다 보면,
나중에는 이쪽과 저쪽이 얼추 만나더라.'
깊숙이 파고든 저쪽이 버팀목이 되어 제법 힘이 생깁니다.

<최재천의 공부,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나는 왜 뭐하나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못할까.

하나에만 집중해서 끝까지 하면 좋을텐데 왜 항상 다른쪽으로 방향을 틀게 될까.

하지만 최재천 선생님께서, 젊은 친구들,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며,

그래도 된다고 이야기 해주시니 위로가 되네요.




엉성하게 이쪽 저쪽 공부해봅니다


저는 참 호기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다보니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

그림책테라피, 그림책만들기, 그림책인문학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꽤 오랜 시간동안 빠져 있어서 독서지도사 자격증까지 취득했었네요.


그러다가 코로나가 터지면서 지구온난화 문제로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다 보니

환경에 대한 다양한 책을 읽으며 지구환경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지구환경을 위해 뭐라도 해보자 싶어서 다양한 실천을 해보기도 했고,

아이들과 만들기 활동을 좋아하다보니 양말목, 샴푸바, 버리는 그림책을 활용해

팝업북 만들기와 같은 활동을 배워서 수업을 진행해 보기도 했습니다.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니 자연스레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제는 숲에 대한 이야기, 식물에 대한 정보에 귀를 귀울입니다.

숲해설가 자격증에도 욕심을 내어보고, 도서관에 가면 자연과학코너에 먼저 들러

새로운 책은 없는지 한참을 뒤적거립니다. 주변에서 하는 숲체험, 도시생태활동이 있으면

꼭 참여하려고 노력합니다.


호기심이 생겨 무언가에 대해 새로 알아가는 과정은 즐겁지만

계속해서 다른 새로운 분야의 호기심으로 인해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제가 때로는 한심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을 계속 했더라면 지금쯤 더욱 전문가가 되어있을 수도 있을텐데,

지구환경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졌더라면 더 많은 활동을 배울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들며

끝까지 지속하지 못하는 것을 반복하는 제가 구멍 투성이인 것 같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는 이쪽 저쪽에서 얼추 만나더라


하지만 최재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한심한 것만은 아닐 수 있었네요.

저는 그림책에도 덤벼들고, 환경이야기, 숲이야기에도 덤벼들고 있습니다.

늘 엉성한 것 같지만 그래도 만나는 분야가 있었습니다.

나름 강의라는 일을 주업으로 하고 있는 만큼

강의를 할 때 그림책 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하고,

태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ESG경영에 대해 전달하기도 하고,

다양한 식물이야기를 통해 인사이트를 주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삼색참죽나무'에 꽂혀 소통, 협업과 같은 강의를 마무리 할 때

'삼색참죽나무'의 이야기로 마무리 합니다.

삼색참죽나무는 핑크색, 노란색, 초록색의 색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나무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서는 천리포 지역에서만 삼색참죽나무의 세가지 색을 볼 수 있죠.

이 지역의 자연환경이 삼색참죽나무가 3가지의 빛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것입니다.

나도 나의 빛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주변의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주변의 동료들이 가지고 있는 색을 잘 보이기 위해서는 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러한 따뜻한 메시지로 마무리 합니다:)


결국 강의라는 분야를 나름 깊숙하게 파고든 만큼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엉성했던 다른 분야들과 함께 만나 더 큰 힘이 되어준 것 같네요.



'삽질하다.'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헛된 일을 하다"라고 적혀 있다.
가장 빠른 길을 놔두고 한참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하거나,
결과와 전혀 상관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한 경우에 쓰는 말이다.
한마디로 결과를 내는 데 도움이 안 되는 쓸데없는 일이 바로 삽질이다.
그런데 과연 세상에 헛된 일이라는게 있을까?  

                                                 ...  

해 보고 싶은 일을 한번 해 보는 경험이 당장의 과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언가를 시도해 본 경험, 그 씨앗이
뒤늦게 마흔살이 넘고 쉰이 지나서야 꽃을 피울 수도 있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삽질합니다


인생에 대한 많은 깨달음을 얻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책인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삽잘한다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그 동안 호기심으로 했던 활동들이 삽질이라고 생각하며 헛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열심히 이 곳, 저 곳에서 삽질 했기에 나중에 꽃을 피울 수 있을 때

훨씬 더 잘 피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네요.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제가 하고 싶은 곳에서 열심히 삽질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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