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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e Kang Feb 24. 2021

우울장애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비극에 대하여

우울장애[depressive disorder]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하여 다양한 인지 및 정신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
[네이버 지식백과] 우울장애 [depressive disorder]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우울증이라는 병은 참으로 얄궂다.


이름처럼 우울한 주요 증상을 나타내지만 그렇다고 내내 우울한 것은 아니다. 삶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쉽게 잠못이루게 하며, 때론 죽은듯 잠만 자게하고, 대인관계과 삶을 조금씩 무너트린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힘들지만 혼자가 되면 누군가가 사무치게 그립다. 


우울증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하기 위해서인지, 우울증은 누구나 앓을 수 있고 잠깐 앓다가 지나가는 감기에 비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울증은 감기와 달라서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큰 병이 된다. (물론 감기도 적절한 치료가 동반되지 않으면 악성화 된다.) 우울증을 초기에 발견해 치료를 하더라도 쉽게 재발할 수 있다. 


우울증 발현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었겠지만 나의 경우 과다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내게 불편했던 가정환경 등이 큰 요소로 작용했다. 매일같이 자살을 생각하고, 자살하지 못해 생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자살을 하려고 시도한적도 꽤 있다.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낮은 낮대로 힘들었지만, 밤은 더욱 고통이었다. 밤이 되어도 잠에들 수 없었다. 새벽녘, 희미하게 밝아오는 창문을 보며 지쳐 잠든날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게다가 겨우 잠이 들어도 한두시간흐르면 다시 잠에서 깼다. 이건 쪽잠이라고 할 수조차 없는 잠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정신이 말짱하다거나 또렷했던 것은 아니다. 그냥 무기력하고 졸린 상태로 그렇게 밤을 지새웠다.


한번은 회사에 출근했는데 갑자기 눈물이 막 났다. 
한번은 이유없이 먹은 것을 전부 토해냈다.
한번은 가진것도 없는 주제에 내것들을 처분하기 위한 유산도 썼다.
한번은 건물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완벽하게 죽을 수 있는지 재보기도 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주 많은 용기를 필요로하게 했고, 만나도 허무감에 젖어 있어야했다.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주도적인 삶은 당연히 포기했다. 그냥 나는 숨쉬고 살아가는 것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힘내라는 말,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라는 말,

고작 가지고 그렇냐는 말, 

너만 힘드냐는 말,

그런 말들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나는 스스로 힘낼 수 없었다.

나에겐 힘이 없었다.




상담치료를 시작했다.


엄마는 걱정했다.

"네가 정신과에 다닌다고 소문이 나서 결혼을 못하면 어쩌니."

참 엄마다운 걱정이었다. 엄마 저 정신병자 맞아요.


나에겐 당장 내일이 없는 것 같은게 문제였는데, 엄마는 미래의 결혼을 걱정하고 있더라. 

내일 죽을건데 결혼이 다 무슨소용이람. 


내 상담을 맡은 선생님은 이런 내 생각이 진짜 나의 생각이 아니라고 했다. 호르몬이 어쩌고 뭐가 저쩌고. 그래서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라고 했다.

내가 하는 생각인데 내 생각이 아니라니!

나는 물론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냥 알아들은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도 처방받았다. 다른것보다 좋았던 것은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약을 먹으면 30분이내에 잠에 빠져들었고, 꿈조차 꾸지 않으며 내리 일고여덟시간을 잤다. 그 약을 받기 위해 별 도움도 안되어보이는 상담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참 신기했다.

매주 선생님을 찾아갈때면 (물론 진료차트에 빼곡히 내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긴 했지만) 전에는 이랬는데 요즘은 어때?하고 물어봐준다는게 매우 설레고 기뻤다.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도, 기억해준다는 것도 나에겐 작은 행복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물어봐주고 내 기분을 물어봐줬다. 어떤 특별한 일은 없었니? 하고 물어보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일주일동안 그에게 할 이야기를 차곡차곡 수집했다. 


"월요일에는 정말 무서운 꿈을 꿨는데, 일어나니 다 잊어버렸어요."

"회사에서 사무실을 옮기게 되었는데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동네 강아지랑 만났는데 걔가 절 알아보더라고요."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듯, 나도 그러했다. 참 유치하고 별것아닌 일인데도 그는 내 이야기를 성의껏 들어주고 반응해줬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해주는 모습에 나는 많은 위로를 얻었다. 그리고 점점 그의 말을 믿게 되었다. 


약의 효과인지, 상담치료의 효과인지 모르겠지만 내 상태는 많이 호전되었다. 한번 상담하면 30분은 족히 넘었던 상담시간이 이제는 5분이면 끝난다. 그래도 서운하거나 슬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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