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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니 Jul 28. 2022

외노자의 삶, 이제 그만할래

11년간의 베이징 학창 생활, 3년간의 상하이 외노자 삶, 이젠 족하다

3년간 상하이에서의 외노자 생활을 뒤로하고 올해 1월, 서울로 돌아왔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학교의 테두리 안에서 학생비자를 받던 학생 시절과는 다르게, 워킹비자를 받고 온전히 독립하여 모든 생활비를 스스로 감당하던 삶은 천지차이였다.


외노자 생활을 접은 건 크게 4가지 이유가 있다.



#1 중국의 인터넷 규제

중국에서 VPN을 써야할 경우, 대다수의 외국인이 애용하는 Astril을 추천한다


중국인들은 사람이 많으면 원래가 질서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명목으로 인터넷 규제는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나의 하루 '필수품' 넷플릭스/인스타그램/카카오톡을 금지시켰다. 이를 뚫으려면 VPN을 사용해야 하는데, 제 아무리 평 좋은 유료 VPN을 써도 접속이 불량할 때가 있으며, 중국 로컬 어플 사용 시 버벅대거나 연결 오류로 VPN을 꺼야 하는 등 불편함이 발생할 때가 있다.


이는 특히 급한일을 처리할 때 사람 속을 썩이며 하루에도 몇 번씩, 나는 왜 이런 것 가지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힘이 빠지곤 한다.


#2 다른 환경, 기후

내가 살던 상하이는 제주도보다도 한참 아래에 위치하고 있으며, 4계절 건조했던 북경, 서울과 다르게, 매우 습한 아열대 기후에 속한다. 여름 기온 평균 36~40도, 체감온도 46도, 습도 100%를 상상해 보라. 또 梅雨季라고 하는 흔히 '장마철'이 겨울과 여름에 모두 존재한다.


종종 한국인들이 상해 삶을 시작하며 습진/수포 등의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걸 볼 수 있다. 나 또한 생전 겪어보지 못한 수포들이 몸 곳곳에서 나타났고 매우 간지러웠으며, 너무 습할 땐 한포진 증상 같은 게 생기더니 한국에 와서도 비가 오려고 하면 손에 작은 수포가 생긴다. 또 물이 바뀌어서 그런지 첫 해에 일 년에 5번 장염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살아온 곳과 다른 환경이 건강에 이렇게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지 외노자 생활을 하며 깨달았다.


#3 높은 렌트비용

흔한 노후 아파트 외관. 엘리베이터가 없고 빨래를 밖에 기다란 장대에 매달아 너는게 특징이다


상하이에는 노후 아파트가 많다. 물론 새집도 많지만 월세 200만 원 이상을 훌쩍 뛰어넘어 그림의 떡이다. 아, 물론 상하이 외곽으로 나가면 120만 원~150만 원 정도에 꽤나 깔끔한 아파트에 살 순 있겠지만, 이왕 불빛이 화려하고 잠들지 않는 낭만도시 상하이를 누리려면, 변두리에 살긴 조금 아쉽다.


나는 운이 좋아 시내 근처 창닝구에 월세 80만 원 정도에 원룸을 얻었는데, 역시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노후 아파트였다. 게다가 꼭대기층 6층. 한국에 갔다 올 때면 바리바리 싸온 캐리어를 6층까지 혼자 질질 끌어올리느라 케리어 꼴이 말이 아니었다.


아래층 할아버지가 복도에서 키우던 식물


 여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한층 한층 오른다. 층층마다  발걸음 소리에 놀란 자동센서 등불이 켜진다. 6층에 겨우 다달 , 복도의 환한 불빛이 나를 반긴다. 동시에, 손가락  개를 합치고 2/3토막을  크기의 바퀴벌레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숨긴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아열대 기후에 사는 바퀴벌레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언제는 새벽 4시에 화장실 천장에서 탕. 탕. 탕. 탕. 무서운 소리가 난 적이 있다. 누군가가 침입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우리 집은 꼭대기이며, 사람이 침입할 수가 없는 구조다. 너무너무 무서웠지만 별 수도 없었고, 연락할 곳도 없었다. 그 소리는 오후까지 이어졌지만 소리는 점차 작아졌고 힘을 잃었다. 이런저런 머리를 돌려봤는데 아무래도 고양이 같은 동물이 있는 것 같았다. 결국 아파트 경비실에 얘기를 했더니 어떤 전화번호를 알려줬고, 상황을 설명했더니 한 아저씨가 사다리를 들고 우리 집에 찾아오셨다.


화장실 환풍기를 뜯고, 조심조심 본인의 얼굴을 컴컴한 웜홀 속으로 집어넣으시더니, "哎哟!我看到了!(에구머니나!! 나 봤어!!)"라고 외치시더니.. 쥐덫에 쥐가 걸려있더란다....


쓰레기 봉지 있녜서 너무나도 무서운 나머지 거의 던지다시피 "아저씨 여기요!!!!!!!!" 하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쥐덫을 처리 완료한 아저씨가 이제  끝났다고 나를 불렀다. 그러면서 쓰레기 봉지를  보이는  아닌가...  보기 싫었는데..... 털에 먼지뭉치가 꾀제제하게 엉켜있는 쥐를 봐버리고 말았다. 끔찍했다.


노후한 아파트, 집 안의 인테리어는 멀쩡할지 몰라도 여기저기 노후한 곳이 보이고 환경 또한 쾌적하지 못하다. 복도의 시멘트는 습도를 이기지 못하고 비참하게 울어 뜯어져 있다.


이런 집, 월세 80만 원.


#4 의료 시스템

절대 아프지 말 것. 아파서 병원에 가면 화병을 얻어올지도 모른다. 지금은 전화로 외국인도 예약을 할 수 있지만, 전에는 중국 신분증 소유자만이 병원 예약이 가능했다. 예약을 못했을 경우, 기본 150명~300명이 앞에 대기 중일 것이다.


또 중국 병원 시스템 특성상 우리나라 대학병원같이 접수과정이 복잡하고 절차도 많다. 피검사는 기본으로 이뤄지며, 첫 검사 결과는 2시간이 소요된다.


병원에는 농민공, 노인층 등 다양한 사람들이 많고 새치기도 많이 이뤄진다. 또 앞사람 검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뒷사람이 급한 마음에 검진실에 아예 들어가 있는 경우도 본 적 있다. 이런 사람들이 몇천 명이 넘게 병원 안에 우글우글 대니, 안내데스크 직원도, 간호사도, 친절 할리가 없다. 뭘 물어보면 무섭게 화를 낸다.


명확히 원인을 알 경우 약국을 이용했고, 원인 모를 통증이 따를 땐 울며 겨자 먹기로 병원에 갔다.


한국 와서 코로나에 걸리고 동네 병원에 갔는데, 30분 만에 신속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다양한 검사를 무료로 받았는데, 감동받아서 눈물 흘릴 뻔했다.




중국은 땅이 크다. 동/서/남/북 제각기 다른 극명한 기후 차이를 보일 정도로.


따라서 중국 사람들은 자신의 고향을 떠나 본인이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 어디든 갈 수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소박한 비치 라이프의 삶을 꿈꿀 경우, 고향이 동북쪽이라 한겨울엔 영하 20도를 맴도는 혹한 날씨가 지긋지긋할 경우, 4계절 내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하이난을 택할 수 있고,


가장 트렌드에 민감하며 화려하고 동서양의 문화가 가장 잘 버무려진, 난 분명 중국에 있는데 유럽 한 달 살기를 하는 듯한 환상을 꾸고 싶을 경우, 상하이를 택할 수 있겠다.


본편은 떠나온 이유를 설명하는 게 중점으로 불편했던 점을 설명했지만, 좋은 점도 분명 존재한다. 이는 다른 편에서 설명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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