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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니 Aug 18. 2022

잉여 조언

을에서 갑으로, 현재는 병의 편에서 일하며 느낀 점

조언과 의견은 때때로 상대에게 유익할 수 있지만, 이미 충분히 수많은 시나리오와 가능성을 점쳐본 뒤 내린 결론의 상황에 있어서는 잉여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때때로 그런 상황들을 맞닥뜨린다.




총책임자가 있다. 그는 기획단계서부터 집행단계를 아우르는 수많은 시나리오와 리스크에 관해 이미 논의를 마쳤을 것이다.


최종 집행단계가 되어서 합류하게 되는 스테프들이 있다. 그들은 집행과정 중 쉬는 시간에 그들끼리 모여 삼삼오오 수다를 떨 때 이렇게 하면 훨씬 더 나았을 텐데, 저렇게 하면 덜 수고로웠을 텐데 하며 말과 불평을 주고받는다. 또 때때로 총책임자에게 그런 말들을 전하기도 한다.


총책임자는 그저 듣고 별다른 회답을 해주진 않는다. 나라도 이미 큰 일을 그려나가는데 엄청난 정신을 쏟았을 텐데 그런 하나하나를 다 상대하는데에 에너지를 더 이상 쏟고 싶지 않을 것이다.




또 최근에 누군가는 가게를 차렸다.


그는 이미 한정된 예산 안에서 최고를 뽑아내기 위해,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었으리라.

개업을 하고 지인 몇 명과 그의 가게를 찾았다.


그중 몇몇은 그에게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던졌다. 뭘 설치하면 좋을 것 같다, 그걸 여기다가 하는 게 어떻냐, 뭘 구매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 등등..


그것들은 사장이라면 이미 충분히 고려했을 기본적인 요소들이었다. 안 한 데는 다 그만의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역시나 사장도 그것들 또한 이미 고려했던 것이다 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는 않았다.




(에이전시)에서 (브랜드사)으로, 현재는 어쩐일인지 (에이전시의 협력업체)으로 와서 일을 하고 있는 나는, 다양한 편에 서서  그림이 그려지기 까지의 과정을 봐왔다.


이미  완성된 최종 단계에서 이런저런 의견을 내는 사람들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다.


그런 것은 이미 충분히 사전에  논의가 되었겠지요.


때때로 정말 유용한 조언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그것들은 엄청난 인사이트를 갖고 있는 사람 혹은 업계 경력이 두텁게 쌓인 사람이 아니라면 나오기 힘들다. 혹은 괴짜/천재 거나?


누군가의 땀과 결실이 담긴 최종 단계의 상황에선, 그의 상사가 아닌 이상, 그가 적극적으로 의견/조언을 요청하지 않는 이상, 함께 과정과 결과 대해 복기를 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약간의 부족한 점이 보이더라도 그저 따라주고 격려해 주거나 얼마나 고생했을지에 대한 위로의 한마디를 더 보태는 것이 더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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