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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니 Sep 01. 2022

2201_삼십이립(三十而立) 퇴사 2

중국 외노자에게 퇴사 후 허락된 40일

21년 12월 31일, 나이 서른에 새로운 꿈을 위해 항해를 시작하겠다며 패기롭게 회사를 나왔다.


중국의 외노자들은 퇴사 후 10일 내로 출입국관리소를 방문해 30일 인도주의 비자(임시 거류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나는 같은 시점 퇴사한 친구와 22년 1월 1일 새 해를 맞아 중국의 최남단, 동양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하이난에서 약 1주일 간의 시간을 보낸 뒤, 회사 인사팀에서 알려준 준비서류 목록을 들고 출입국관리소를 찾았다.


바로 중국을 떠날 수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언제 다시 재방문이 허락될지 모르는 이 땅에서, 내게 희로애락을 선사한 동양의 진주, 동서양의 문화가 재미있기 버무려져 있고 화려했던 도시 상하이에서 좀 더 머물고 싶었기 때문에, 임시 거류비자 신청을 하기로 결심했다.


토요일 오후였다. 대기줄이 백여 명이나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친절했던 카운터 담당자분이 대기인원이 너무 많으니 다른 날에 오라고 했으나 10일 중 일주일을 이미 하이난에서 시간을 보낸 탓에 더 미룰 수 없어서 그냥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렇게 한참을 철제의자에 앉아 수많은 외국인 틈바구니에 껴서 내 차례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창구에 있는 영혼 나간 공무직 담당자에게 방문 목적과 준비한 서류를 내보였다.

주속등기증은 없냐며 물어왔는데 인사팀에서 그건 알려주지 않았기에 챙기지 않은 서류였다.

또 그 외 이것저것 사본증을 요구해 왔는데 다 챙기지 못한 서류들이었다.


이런 일은 중국에서 매우 흔하다.

그 어떤 행정 업무를 보든, 전화로 사전 확인을 다 하고 챙겨야 할 각종 서류들을 챙겼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방문일이 되어 창구를 찾으면 이런저런 또 다른 서류들을 요구해온다.


이런 현상은 은행에서 가장 심한데, 같은 은행이라  지라도, 도시별, 심지어 같은 도시  지점  요청하는 서류가  다르다.  심할  담당자별로... 타향살이가  그렇지 싶다.


감사하게도 바로 옆에서 바로 복사를 해서 일부 서류를 제출할 수 있었고, 내게 허락된 10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일단 서류 등록은 해 두고 부족한 서류는 월요일에 재방문하여 보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렇게 외노자였던 나는 여권 제출일로부터 30일의 거류 허가일이 카운트 다운되었고, 여권은 약 일주일 뒤 우편으로 받을 수 있었다.



첫 한 주는 그렇게 하이난에서 두 곳의 서핑촌을 돌며 중국의 방랑하는 불나방 같은 청춘들 속에서 시간을 보냈고, 다음 한 주는 상하이에서 짐을 싸서 한국으로 보내며 전 직장 동료들과 친구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냈으며, 여권을 받고 나서 앞에는 바다, 뒤에는 산이 있고, 사계절 내내 뜨거운 여름이 지속되는, 비치 라이프를 제각각의 자유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즐기는 청년들과 서퍼들이 살고 있는 하이난에 너무 큰 매력을 느꼈기에 홀로 하이난을 다시 찾았다. 서핑촌의 친구들은 나를 다시 반겨주었고 그곳의 해변에서 주운 조개로 만든 목걸이를 선물해 줬다. 또 정말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따로 하이난 편을 만드는 게 좋겠다.


그렇게 약 삼 주가 지나가고 상하이의 소중한 추억이 깃든 곳을 자전거로 돌아다니며 그곳의 정취와 공기, 머리칼을 스치는 바람을 기억에 심었다. 마지막 주는 수저우에 계신 부모님 댁을 방문해 부모님의 집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부모님께서 주재원이셔서 나도 어릴 적 그들과 중국에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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