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니키키 Apr 03. 2020

독일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내 파랑새는 독일에 있나" 연재를 시작하면서

꼭 돌아올 테니 기다리고 있어!

    9년 전 여름이었다. 독일에서 1년 간의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귀국행 비행기를 타면서 나는 반드시 독일로 다시 돌아오겠노라는 굳은 다짐을 했었더랬다. 쿨하고 산뜻하게 비행기에 오르는 다른 탑승객들과는 달리 눈물 콧물 쏙쏙 빼고 질척이며 비행기에 올랐던 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치 삼엄한 감시의 눈을 피해 요리조리 생활하다가 덜미가 잡혀 어쩔 수 없이 고국으로 쫓겨나는 북한의 우리 동포들 신세 마냥- 그랬었다.

교환학생 시절 다녔던 대학교 본관.

    당시의 남친이었던 지금의 남편이 독일인이라 이 나라가 뭔지 모르게 더 특별해 보였을 수는 있겠다. 그렇다고 해도, 당시 이십 대 중반이었던 내가 사랑 하나만 보고 온 인생을 다 걸면서 삶의 터전까지 바꿀 그런 대담하고도 장대한 계획을 했던 것은 절대 아니었다. 나라는 사람은 본디 뭔가를 결정할 때 그렇게 긴 미래를 보고 행동하는 타입이 아닌지라, 더구나 내가 독일로 돌아와 이렇게 눌러앉아 살게 될 줄은 상상해 본 적도 없다.


    처음에 독일에 관심을 간게 된 계기는 독일어가 마냥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서양 언어라고는 영어밖에 모르던 내가 영어랑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독일어가 그냥 재미있었다. 또, '영어', '영어', '영어', '원어민처럼!' 만을 외치는 정해진 세상 속에서 마이웨이 독일어를 배우는 내 모습은 나 스스로에게 뭔지 모를 안도감을 주었다. 이 세상에는 영어 말고 다른 언어도 엄연히 존재한다고 외치는 나만의 소심한 반항이었달까.

'아니라고 하면 제발 좀 알아먹어라 (의역)'라는 독일 여성 운동 구호. 저 구호를 교환 학교에서 우연히 발견 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  Martin Abegglen.

   그런데 교환학생 기회를 얻어 독일로 직접 와서 보니, 나에게 "독일"로 다가오는 모든 것이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색달랐다. 언어, 사고방식, 생활 태도, 먹는 음식, 만나는 사람들, 학교, 직장문화, 놀이문화, 여가생활 같은 한 개인의 영역에서부터 사회구조, 행정시스템, 정치문화, 시민의식, 미디어의 역할 같은 사회, 정치와 관련된 영역까지 정말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어떨 때는 당연하지가 않았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가능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마주쳤다. 또 이런 낯선 환경에서 만나는 나의 모습들이 우습기도 하고, 어느 땐  혐오스러울 때도 있었고, 또 어쩔 땐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경험들이 나에게는 경이로웠다.


    당시에는 그 모든 경험과 체험들이 이 곳이 독일이라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반드시 다시 돌아와 제대로 공부도 해보고, 이 새로운 환경에 좀 더 깊이 있게 부대껴보고, 더 살아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나는 독일로 돌아왔고, 나의 독일 생활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얘, 독일 사대주의자인가?'라고 섣불리 단정 지으시면 글쓴이가 매우 섭섭하다. 앞으로 차차 소개될 "좌충우돌 희로애락 플러스 뻘짓충만 진격의 몸부림을 가득 모아 담은" 내 9년의 독일 생활 에피소드들을 통해 최대한 나만의 관점에서 이 나라가 당최 뭐가 그렇게 특별했던 건지 (또는 특이한지) 내 감정과 생각을 담백하고 진솔하게 다뤄보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