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연결된다_이타적 에고이스트의 책읽기
책 읽는 지구인이 멸종 위기에 있을수록 더욱 연결되어야 한다. 연결된 고독은 고독 공동체를 이룬다. 고독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은 고독 공동체의 일원이다. 느슨하고 흐릿한 공동체이지만, 그것이 바로 공동체의 유지 비결이 될 수 있다. 책 친구라고 부르고 싶은, 책으로 연결된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들이 있어 나의 고독은 한결 즐겁고 든든하다.
독자라는 집합 안에 얼마나 다양한 독자가 있는지, 세상의 책만큼이나 다채로운 읽기 방식이 있다. 책에 관한 책은 이미 많이 나와 있지만, 같은 책을 읽어도 누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달라져서 책 이야기는 결국 읽는 사람의 이야기다.
책을 이해하겠다는 마음은 책에 마음을 열고 귀 기울여 듣겠다는 결심이다. 이해한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이해했다고 여겨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내가 이해할 부분이 남았다고 믿으며 다시 본다. 돌아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을 모아 집중하고 이해하려 애쓴 시간은 결국 사랑하려 애쓴 시간이다. 책을 다시 읽고 책이 지닌 모든 면을 남김없이 보고 싶은 마음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인지 묻게 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책을 향한 나의 마음을 담은 애정고백서다.
나는 바란다.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모여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무력함과 무기력함을 돌파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달빛이 넉넉한 밤이면 창밖에 비친 달 사진을 찍는다. 눈에 보이는 만큼 달빛이 사진에 담길 리가 만무하지만, 달빛을 간직하는 것만으로 마음속에 고요한 풍요가 차오르는 것 같아서다. 책 읽기가 무용하게 느껴지는 순간에 저항하며 계속 읽는다.
오늘 밤에도 달이 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