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처음이라서 우왕좌왕
우리는 미국에 살고 있고 3살 아들은 미국 데이케어에 다니고 있다. 아들이 3살 하고도 1개월이 지난 시점, 아들이 데이케어에서 친구 S한테 맞았다고 얘기했다. 아들이 이만큼 크니 데이케어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설명이 가능했다. 낮잠 자고 난 오후 시간에 교실에서 S가 엉덩이를 때려서 울었다고. 서브 K 선생님이 봤다고. 너무나 구체적인 상황 설명에 남편과 나는 당황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S는 5살로 곧 졸업을 앞두고 있고 꽤 똘똘한 아이다. 그 아이가 왜 때렸을까. 아들은 모르겠다고 한다. 토들러반(1세-2세 반)이면 아이들이 말을 못 하니까 손이 먼저 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프리스쿨반(2세 반-5세)은 아이들이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맞고 오는 일은 그동안 없었다. 게다가 우리 데이케어는 선생님과 학생의 비율이 1:5 정도 될 정도로 학생 수가 적다. 그로 인해 잘 케어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
우린 일단 선생님과 대화를 해보기로 했다. 선생님께 뭐가 궁금하고 어떤 조치를 바라야 하는 것일까. 남편과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원장선생님께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아들이 이런 말을 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확인해 줄 수 있겠냐고. 원장선생님의 답변은 선생님들과 확인 후 연락 주겠다는 것이었다.
follow-up 해주겠던 원장선생님의 연락이 더는 없었다. 우리는 그도 아파서 휴가 냈던 날이었고 일이 정신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린 메시지 보냈고 기록을 남겼으니 다음에 또 일어나면 그때 더 적극적으로 액션을 취하자고 결정했다.
그리고 한 달도 채 안돼 아들이 목욕을 하다가 S한테 오늘 맞았다고 얘기했다. 오전에 놀이터 갔다 온 뒤 교실에서 맞아서 울었고 Y 선생님만 계셨는데 선생님이 아무것도 안 했다고. 영어가 부족해서 선생님께 말을 못 했다고. 정말 우려했던 두 번째 일이 또 나왔다. 너무 화가 났다. 5살이 왜 손부터 나가는지. 선생님은 왜 아무것도 안 했는지.
원장선생님께 문자를 다시 보냈다. 아들한테 이런 상황을 들었고 선생님이 아무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고 들어서 우려된다고. 원장선생님은 미안한 마음과 함께 담임선생님과 직접 얘기해 보라고 답이 왔다. 담임선생님의 답변은 아이들이 울었을 땐 언제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한다며 그런 사고는 알지 못한다고 얘기했다. 덧붙여 아들은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고 다음 날 아들 그리고 S 하고도 얘기를 해볼 거라고 답이 왔다.
다음날, 아들은 여전히 S가 좋단다. (넌 속이 있니 없니) 등원 길에 계속 친구가 때리면 바로 선생님한테 가라고 알려주었다. 하원 길에 Y선생님과 만나 얘기를 했다. 우리 아들에게 다시 물어보니 기억이 안 난다고 모르겠다고만 얘기해서 별다르게 한 게 없다고. 네? 아들은 하루가 지나니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것뿐인데 좀 더 큰 S에게 상황을 물어봐야 하지 않았나. 난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고 두 번째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더 우려한다고 얘기하니 처음 듣는 일이라는 선생님. (하아) 너무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는 선생님의 태도에 화가 난 채 집에 왔다. 적어도 S에게 물어봐서 무슨 일이었나고 확인은 할 수 있지 않은가. 내가 너무 많은걸 바라나 의문이 생겼다.
다음날, 등원길에 교실에서 원장선생님을 만났다. 원장선생님은 내게 자기가 S와 얘기를 했고 주의를 줬으며 그 아이는 친구를 때리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그리고 2주 뒤면 졸업할 아이라고. 아들과 S를 잘 모니터링하겠다고 안심시켜 주는 말을 했다. 안심이 되진 않았지만 그냥 넘어가자고 남편을 설득했다.
아이가 친구에게 맞았다는 말을 듣고 어디까지 어떻게 행동해야 적정선인지 전혀 모르겠다. 그냥 애들이 놀다가 실수로 때린 걸까? 두 번이나?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나지만 아들은 상처도 없고 이젠 모르겠다고만 말하고. 이런 상황에서, 상대 부모에게 사과를 바라는 건 욕심인 걸까. 아님 S에게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건? 끝도 없다. 우리도 부모가 처음이라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다만, 우리 아들이 엄마, 아빠가 내 안위를 많이 신경 쓰고 있구나를 알려 줄 수 있는 계기는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됐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