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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기 Apr 24. 2024

딱새집 분양

더딤이 승리한다.

1년 전부터 회사 뒤편에 새 집을 사다 놓았습니다. 오늘 드디어 설치해 놨던 새집이 분양이 되었습니다.  작년에 새집을 산란기 이후에 사서 새 집이 분양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주 게으른 딱새 부부가 와서 분양이 되었습니다. 집을 짓기가 싫어하는 직박구리 부부입니다. 여하튼 오래전부터 기대하던 일인데 새 집이 분양이 되니 기도가 응답이 되었습니다. 새들이 새 보금자리에서 행복해지길 기도합니다.


딱새의 부화 시기는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봄과 초여름 사이인 4월부터 7월 사이에 새끼를 부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딱새는 한 번에 보통 4~6개의 알을 낳습니다. 작년에는 5월에 6개의 알을 낳았습니다. 알을 품는 기간은 약 13일에서 14일 정도 소요됩니다. 부화한 새끼들은 대략 14일 후에 둥지를 떠나 독립적으로 생활하기 시작합니다. 둥지에 머무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새끼 새가 날기 시작하면 바로 둥지를 떠납니다. 그 가족이 살기에는 둥지가 너무 좁습니다.


1년간 숙원사업이었던 새 집 분양이 되었습니다. 참새보다 적은 딱새쉴 틈 없이 둥지를 드나듭니다. 새들이 날아다니며 집을 짓기도 하고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새들은 살아가는 것이 힘들지는 않은가 봅니다. 새들이 부럽습니다. 감기에 걸렸는지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새들도 조류 독감에 걸리기는 합니다.


삶의 조그마한 순간에도 조그마한 기적은 조심스럽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작은 기쁨이 있어서 다음 주에 제가 커피를 사는 것으로 했습니다. 벼락부자가 된 느낌입니다. 집은 분양이 됐으니 차를 사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삶이 아프고 힘들더라도 가야 할 일상을 꾸준히 살아가다 보면 역사는 이뤄집니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아픔도 있고, 슬픔의 골짜기도 있습니다. 그 아픔의 골짜기에서 허우적거리다가도 그냥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그냥 가다 보면 이렇게 집을 분양받는 일도 있습니다. 아픔의 골짜기를 지나다 보면 기도응답도 이뤄질 때도 있습니다. 살다 보면 머리가 아프고 집중이 안될 때도 있지만,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습니다.


아주 오늘은 지루한 하루였는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어느 이름 모를 새에게 아주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게으른 새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사람 곁에 집을 지었습니다.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사는 새는 아주 집 짓기를 싫어하는 게으른 새인가 봅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니 새는 먹이를 찾으러 갔나 봅니다. 새가 새 집 근처를 날아다닙니다. 조그만 더 가까이 새집 근처로 가보았습니다. 지푸라기가 침대처럼 폭신하게 깔려 있습니다. 알을 낳을 준비는 모두 된 듯해 보입니다. 작은 기도들이 응답이 되는 것을 보니 올해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길 모양입니다.


사소한 기도부터 응답이 됩니다. 새 집이 분양이 된 것도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저 새들이 자리를 잘 잡아 행복한 가정을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작년에는 6마리의 새끼를 부화해서 집을 떠나보냈습니다. 물론, 자기들이 와서 낳고, 먹이 주고, 떠났습니다.  나는 그냥 그 둥지에서 훔쳐볼 뿐이었습니다. 올해는 5마리 정도 이상의 새기를 낳았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이 낳으면 집이 비좁습니다. 쿠팡에서 너무 작은 새 집을 샀나 봅니다. 새가 새끼를 낳아 좋은 새 가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왜 새가 안 들어오는지 고민을 했습니다. 차를 마시러 갈 때마다 쳐다보며 왜 새들이 오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봄이 되니 적당한 때, 따뜻한 비, 따뜻한 봄비가 내릴 때 새들은 찾아왔습니다.


이스라엘에는 이른 비와, 늦은 비가 있습니다. 늦은 비는 씨를 뿌릴 때 필요합니다. 이른 비는 추수할 때쯤 필요합니다. 하나님은 때에 알맞게 시기적절한 비를 내려주십니다.


나는 이제 서두르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때가 있습니다. 더딤이 승리합니다. 꾸준히 자기의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기도는 응답이 됩니다. 이 새 집이 분양이 될 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마치 강남에 내 아파트가 분양이 된 것처럼 기쁨이 넘칩니다. 생물들에게 쿠팡에서 구매한 새 집이 살아있는 생물의 보금자리와 연결된 것도 참 신기한 경험입니다.


기후변화, 환경변화에 그래도 조금은 기여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새들이 날아다니며 좋은 소리를 내어 주닌 나무들도 더 싱싱하게 자라지 않을까 싶습니다.


입주한 새는 알을 낳을 것이고 알은 부화할 것입니다. 이제 새 집의 기도가 응답이 된 것처럼 나의 기도 제목들도 더딤을 갖고 천천히 기다려봐야겠습니다.


삶이 힘들더라도 버티다 보면 승리의 길이 열립니다. 더딤이 승리합니다. 기다림이 승리합니다. 하나님의 때, 하나님의 시간은 따로 있습니다. 새가 들어오는 때도 따로 있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하나님은 이른 비, 늦은 비를 내려주십니다.


더딤이 승리할 것을 믿으며, 최종 승리를 이미 주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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