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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기 Oct 15. 2024

은혜는 명사 아닌 동사입니다.

은혜는 동사입니다. 특별새벽기도회는 동사입니다. 움직임입니다. 은혜의 자리에 나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은혜는 때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나서는 것과 같습니다.


이번 특별새벽기도회중 하루는 강단에 올라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창피합니다. 정말 부끄럽고, 내가 서지 말아야 할 자리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는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며 위선적이라고 생각할까 두렵습니다. 그러나 막상 올라가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고, 이런 생각은 혼자만의 고민일지도 모릅니다. 남들은 그저 배경으로 여길 텐데, 혼자만 걱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새벽기도를 드리면서 정신이 흐릿해지고, 과연 3시간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약한 허리가 과연 3시간을 견뎌줄지 걱정입니다. 본당 1층 뒷자리에서 천장이 주는 아늑함을 누리며 편안하게 예배드리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듭니다.


하지만 올라간다고 이야기를 꺼냈으니,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대타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하루 전에 양해를 구하는 것도 실례라는 걸 알지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심하게 감기라도 걸려서 안 올라가는 경우를 상상해 보지만, 감기는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가끔은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두렵습니다. "너 같은 인간이 어떻게 하나님을 믿느냐"라고 손가락질할까 두려운 마음도 듭니다. 은혜를 사모해야 하는데, 인간의 시선을 더 의식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제 마음을 다잡고, 사람 대신 하나님만 바라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남들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며 나아갑니다.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하나님 앞에서 쓰러지고 싶습니다. 그리고 결국 살아남고 싶습니다.


[겔16:6] "내가 네 곁으로 지나갈 때에 네가 피투성이가 되어 발짓하는 것을 보고 네게 이르기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하고, 다시 이르기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하였노라."


에스겔 16장 6절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그들이 죄와 심판으로 죽음에 이르렀지만,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로 다시 살아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절망 속에서도 하나님의 구원과 은혜는 한 줄기 생명의 빛입니다. 죄와 비참함 속에서도 생명과 회복을 주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십니다.


특별새벽기도회는 특별한 시간입니다. 평소의 기도에서도 은혜를 사모하지만, 이 시간은 도달하고 싶은 삶의 지향점을 하나님께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기도회입니다. 특새는 내가 어떤 은혜를 받고 싶은지 하나님께서 물으실 때, 즉시 대답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6일간 집중해서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구체적인 실천 계획까지 인도해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특새는 내 인생의 방향을 잡아주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특히 강단에 올라가는 것은 삶의 모든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합니다. 누추한 기도 보따리를 들고 하나님 앞에 서는 시간입니다. 왜 그 보따리 안에 부끄러운 것들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을 믿고 나아갑니다. 하나님은 언젠가 나를 누추한 상태로 두지 않으시고, 하나님 영광을 위해 살아가는 은혜로운 자로 만들어 주신다는 약속 믿고 갑니다.


은혜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움직여야 합니다. 가만히 앉아 먼산 바라보듯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팍팍한 무릎에 다시 힘을 주어 기도의 자리로 나갑니다. 목사님 말씀처럼 "One day, One history." 오늘 하루를 역사로 만들어야 합니다. 오늘 삶을 충실히 살고, 내일 강단에 올라가 그 누추한 보따리를 하나님께 드리겠습니다. 제 보따리를 펼칠 때, 남들이 쳐다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남들이 쳐다보면 창피합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내 보따리를 보시고, 그 안의 기도 제목들이 다 응답되기를 바랍니다.


가을 특별새벽기도회에서도 봄 특새 때처럼 기도 제목들이 응답받기를 함께 소망합니다. 하나님께서 지난번에 베풀어주신 은혜를 기억하며, 이번에도 그 응답을 기대합니다. 하나님께서 세 가지 기도 제목에 풍성한 응답을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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