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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희 Mar 11. 2020

오늘. 오늘

작년에 남편이 너무 아파서 구급차를 불러 J병원 응급실에 갔을 때 폐암 말기에 결핵이고, J대병원에서 그동안 진료받은 일이 없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당한 채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라는 말을 들었다.  응급 음압실에 한시적으로 머물면서 음압병실도 있고 호스피스도 있는 도내 병원마다 전화를 걸고 또 걸고 입원 가능한 지를 물었었다. 전화 거는 병원 그 어디에서도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무척이나 서러웠다. 결국 J대병원에서 입원을 결정해주었지만 그게 결정 나는 순간까지 앞이 막막했었다. 뉴스를 보다가 갑자기 서러웠던 기억이 밀려왔다.

오늘은 지난해 남편이 음병실에서 1인실에 격리되어 지내다가  검사를 받고 다인실로 갔다가  호스피스 병실로 들어간 날이다. 호스피스 병실에서 지낸 날은 채 20일이 되지 못한다.

오늘은 하루 종일 호스피스 병실로 옮겨갔던 일, 계속 진통제만 찾던 남편, 휠체어를 끌며 병원 안을 돌고 창밖으로 피어나려는 꽃나무들을 보던 기억,  휴게실에 앉았다가 병실로 돌아가자고 말하던 남편의 얼굴,  그 모든 기억들이 밀려오고 또 밀려와서 마음이 져릿져릿해진 날이다.

호스피스 병실로 옮기려고 짐을 꾸릴 때 다인실 병실 분들이 저 사람은 호스피스로 가는구나 하고 침울한 표정들을 지으셨었다. 남편은 침대에 누운 채 호스피스로 이동했는데 침대가 흔들릴 때마다 아파서 인상을 찡그렸고 나는 이송반 직원이 너무 빨리 움직이면 남편이 아플까 봐 뒤에서 속도를 늦추려고 침대를 꼭 잡고 걸어갔다.  이런저런 기억들...


기일이 다가오는 3월이니까... 하고 싶은 말들을 해야지... 매일매일이 남편이 살고 싶어 하던 날. 그걸 아니까 내가 하루하루 잘살아야지. 그렇게 결심해야 또 살아지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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