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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해치 Feb 22. 2019

외국계 회사는 회의 많이 안한다고요?(2)

많이 합니다.

전 직장은 삼성SDS였다. (뭐 회사 이름 괜찮겠지?) 그리고 나는 정-말 회의가 싫었다.

아니, 회의 준비가 너-무 싫었다고 하는게 정확하겠군요.


자잘한 프로젝트 회의는 차치하고 주간보고에 대해서 잠깐 성토하고 싶다. 

(재직중에 말 못해 아쉽지만,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해도 또 말 못할 듯 )

이제는 말하고 싶다



주간회의 프로세스: 셀Cell 장 편(셀장 = 보통 5-10명의 팀원의 리더로써 하나의 아이템을 맡고 있다.)

1) 주간보고 안건을 정리합니다.
2) 셀원들에게 공유하고, 혹시 빠진게 없나 확인합니다.
3) 인트라넷의 쉐어파일에 업데이트 합니다.
4) 그룹장님의 검사를 받습니다. (긴장됩니다.)
5)수정사항이 내려옵니다. (그냥 넘어가나 했다)
6) 수정합니다. (씁씁 후후: 복식 호흡)
7) 위 4,5,6 반복합니다.


최소 4시간은 주간보고를 쓰는데, 주간보고가 두번 있는 주에는(팀주간회의 추가요) 좀 더 긴 프로세스로 한번 더 해야 한다는 말인데, 주 5일 근무중에 하루를 ‘지난 주의 4일동안 뭐했는지’ 정리하는데 소비하게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왜 4일이냐면 지난주에도 하루는 주간보고 쓰느라 일을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회의중에 혼나는 건 개인적으로 심각한 데미지는 없었다. 

회의가 지겨워도 인터넷으로 가정에 필요한 것도 주문하고, 뉴스도 보고, 시간 때우기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회의 준비라는 이름으로 부질없이 날아가는 내 시간이 아까웠을 뿐.

회의는 필요하다. 그런데 준비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쓰지는 말자. 

팀원 20명이 회의 준비하느라 각자 4시간만 써도 곱하기하면 그게 몇시간인가. 



외국계 회사도 주간회의는 한다. (a.k.a. 팀장님 타임)

조금 다른점이라면 2주에 한번씩 ‘Bi-weekly sync meeting’이란 이름으로 다른 로케이션에 있는 사람들과 스카이프 비지니스(몇년을 쓰고 있는데 아직도 새롭다. 어떻게 쓰는건지 잘 모르겠음)로 한다는 정도.

너-무 좋은건! 여기선 회의가 ‘팀장님 타임’이란 거다.

- 아젠다 작성: 팀장님이!!

- 회의 진행: 팀장님이!!

- 각 아이템 내용 설명: 팀장님이!! (= 팀장님이 모든 아이템의 내용을 알고있다는 뜻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 업데이트 내용 공유: 팀장님이 (진행하면서 MS one note에 즉시 업데이트 한다.)


주변에도 종종 얘기했으나, 나의 지난 7년 동안의 한국 대기업 직장생활에서 이렇게 열일하는 팀장님은 처음 영접했다. (팀장님이 제발 이 글을 봤으면 좋겠는데 브런치 안하시는듯...)



맺음

산업군에 따라 다르겠으나, 대게 IT조직은 30명 이하로 조직되어 있다. 커스터머 페이싱하는 영업이나 테크니컬 서포트 조직의 경우 대규모로 조직되어 있는 경우가 있으나 R&D조직의 경우 기민하게 움직여야하는 업무 특성상 큰 조직 mass team handling을 지양하는 추세다. 즉, 서로 서로 평소에 자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주간회의가 '총망라하여 보고하는'시간이 아니라 '진행 현황 체크'정도로 가볍게 진행 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 회의준비가 따로 필요 없고,

- 회의도 효과적으로 촥 촥 진행된다. (생각해보면 이런 형태의 회의에서 상당 시간이 소위 '윗 분'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에 할애 되는데, 이미 그 '윗 분'이 내용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진짜 맺음

우리는 회의를 싫어하는게 아니라 회의 때문에 빨리 일하고 집에 가고 싶은 나를 방해하는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싫어하는 것이다. 결국 회의 문화는 회의를 주관하는 '윗' 사람이 바꿔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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